‘틸론’이 쏘아올린 공… “권한만 있고 책임 없다” IPO 주관사 책임론 솔솔

김준희 2023. 7.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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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식 상장 주선 관행 뭇매
‘1차 관문’ 거래소 상장예심도 도마 위

코넥스 기업 틸론 주주들이 거센 한숨을 쉬고 있다. 최근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다. 기술특례 이전 상장으로 코스닥 입성을 꿈꾸던 틸론은 금융당국에서 3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계획을 포기했다. 소송 이슈부터 복잡한 대주주 대여금 거래까지 얽히며 도저히 기업공개(IPO)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틸론 사례를 계기로 기업들의 IPO를 맡아 관리하는 주관사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들이민 뒤 금융당국의 퇴짜를 맞으면 그제야 ‘아니면 말고’ 식으로 IPO를 추진하던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준비가 덜 된 기업을 무리하게 상장시키려다 기존 주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틸론 주주들 사이에서도 주관사인 키움증권의 역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된 데다 뉴옵틱스와의 상환금 청구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중요 공시 사항을 누락해 심사 본보기를 자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금감원은 최근 잦아진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한 바 있다.

틸론의 증권신고서는 곳곳이 지뢰밭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틸론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대법원 결정에 따른 중대한 재무구조 악화 등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회사와 대주주 간 대여금 거래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법률 검토 내용을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처음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3번째 정정 요구였다.

현재 틸론의 주가는 4930원으로, 이전상장결정을 공시한 지난해 10월 28일 종가(9650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 투자자는 “이런 기업의 주당 공모가 범위를 1만3000~1만8000원으로 설정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틸론 외에도 금감원의 암묵적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기업이 적잖다. 올해 1~5월 상장 준비 기업 38곳 모두가 자진 정정 신고 형식 등으로 한 차례 이상 수정했다. 고평가 산정 기준이 되는 무리한 비교기업 선정과 투자위험요소 미기재, 부정확한 정보 등이 주요 정정 사유였다. 틸론처럼 3차례 이상 정정된 사례만 8건에 달했다.

반면 주관사 자율인 신주 배정 기준을 두고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인기 공모주를 두고 우호기관에 절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짬짜미 거래’로 주관사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필에너지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한 기관투자자는 “의무보유 미확약 운용사에는 200만원, 6개월 확약 운용사에는 2000만원 수준의 물량이 배정됐는데 공시를 보니 기존 전환사채(CB) 투자자였던 에이아이피자산운용에는 2억4310만원 규모의 신주를 배정했다”고 전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부족한 주관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책임 강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기술특례상장 제도개선 방안으로 내놓을 환매청구권 의무 강화안이 대표적이다. 특례상장한 기업에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주관사가 추가로 특례상장을 진행할 때 환매청구권을 의무적으로 부여하게 할 전망이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후 손실이 발생하면 청약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내에 공모가의 90% 수준으로 주식을 되팔 권리다.

일각에서는 IPO 1차 관문인 한국거래소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업을 통과시키면, 오히려 상장 절차가 본격화될 때 증권신고서와 씨름하며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기업을 승인해줬나 싶은 사례가 몇번 있었다”며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과정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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