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둘기' Fed 파월 "9월 FOMC, 결정 안해...연내 인하 없다"(상보)

"회의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향후 회의에 대해서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만에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재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는 9월 금리를 올릴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 두달 간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다수 예정돼있는 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내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오후 7월 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포함해 향후 회의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에 따라 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Fed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기존 5.0~5.25%에서 5.25~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작년 3월 이후 10연속 금리를 끌어올린 Fed는 지난 6월 FOMC에서는 누적된 긴축 여파를 살펴야 한다는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었다. 동결 후 한 달 만에 인상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특히 이번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공개된 통화정책 결정문은 경기판단에 대한 문구 일부가 소폭 개선된 뉘앙스로 바뀌는 데 그쳐 큰 변화가 없었다.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 문구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파월 의장은 6월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완화세가 뚜렷했음에도 금리를 인상한 이유에 대해 "한 번의 지표일 뿐"이라며 "인플레이션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짚었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진단했다. 아직 긴축의 완전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제약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더 긴축할 준비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CPI에서 확인된 방향성이 이어진다면 긴축 사이클이 끝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데이터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수도, 동결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9월 FOMC 이전까지 두 번의 CPI, 두 번의 고용보고서 등의 다수 데이터가 남은 만큼 모두 살피고 실시간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반복한 것이다. 그는 "과하게 긴축하거나, 적게 긴축하거나 양쪽 리스크가 모두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이날 베이비스텝에 대해서도 "필요한 방향"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최종금리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늦춰갈 것"이라면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구체적 발언은 꺼렸다. 다만 7월에 이어 9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하진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올해 남은 FOMC는 이제 9월, 11월, 12월 단 세 차례로, 다음 FOMC는 9월19~20일 열린다. 그간 시장에서는 최근 CPI를 비롯한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뚜렷한 완화세가 확인된 만큼, 이달 한번의 추가 인상으로 Fed의 긴축 사이클이 조기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했었다.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발언에 시장에서는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는 "황소와 곰 모두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좋아할 만한 것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LPL파이낸셜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책결정문의 어조는 매파라거나 비둘기파라기보다 중립적"이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불확실성이 큰 만큼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내년 중반께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장 다음 FOMC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모든 것을 살펴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재차 데이터 의존을 강조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2025년까지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도 밝혔다. 또한 물가안정목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추세이하의 저성장과 노동시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반복했다.

미국의 금리 상단이 5.5%로 치솟으면서 한국과의 금리차는 사상 최초로 최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역전 폭이 전례가 없었던 만큼 외국인 자금유출과 이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증시는 이날 오후 FOMC 통화정책결정문이 공개된 이후 혼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발표 직전 강보합으로 돌아섰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등에도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다우지수가 이날도 상승 마감한다면 13거래일 연속 랠리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