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경석 대표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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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소개를 하는 게 맞겠지요? 저는 1985년 2월 1일, 아침 출근길 운전 중 교통사고가 났고 가슴(쇄골) 아래 감각을 모두 잃는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저는 2002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이전보다 좋아졌지만 당장에 장애인이 탈 저상버스나 지하철 승강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한때 대표님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보장운동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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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소개를 하는 게 맞겠지요? 저는 1985년 2월 1일, 아침 출근길 운전 중 교통사고가 났고 가슴(쇄골) 아래 감각을 모두 잃는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29살에 아내와 아이까지 있었는데 장애라는 현실은 매우 냉혹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원망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와 부딪쳐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2002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 참여했습니다. 2004년에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를 창립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가 추락하며 장애인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시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을 시작하셨지요.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현재 서울시 지하철 337개 역 중 320개 역인 94.9%에 1역사 1동선이 확보됐고, 저상버스도 71.9%까지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전보다 좋아졌지만 당장에 장애인이 탈 저상버스나 지하철 승강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으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한때 대표님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보장운동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제가 휠체어를 타게 된 후 가장 큰 어려움이 이동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된 후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이용 실태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국회방송뿐만 아니라 KBS를 통해 생중계된 2010년 11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4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과정을 촬영해서 상영했습니다. 실제 한 층 내려가는 데 소요된 시간은 16분 정도였지만, 질의시간 15분에 맞춰 동영상을 13분3초 정도로 편집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이동하는, 정말 지겨운 13분3초였을 것입니다. 저는 비장애인이 1분이면 내려갈 거리를 장애인은 16분이 걸려 내려간다는 것을, 그리고 매일 이런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박경석 대표님!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우리의 의견을 정부나 지자체에 알리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거나 버스 앞을 가로막아 인생에서 중요한 면접 기회를 놓친 취업 준비생이 있고, 매번 지연확인서를 상사에게 제출해야 하는 고충을 겪은 직장인이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과 버스 시위가 계속되는 한 이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목적이 정당해도 시민 일상의 발목을 잡는 수단까지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설령 이 같은 방식의 시위, 투쟁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좀 더 빨리 향상되더라도 우리 사회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장애인운동 또한 우리 사회의 상식과 합리에 기반하며, 국민과 시민들의 호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 일원으로 대접받고 백안시당하지 않습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대표님이 이제는 합리적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정하균 행복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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