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일단 보고, 그대로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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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참담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사건 자체도 끔찍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관련 정보가 유통, 소비되는 양상을 보자면 시름이 더 깊어진다.
사건 현장이 고스란히 찍힌 인근 상가의 CCTV 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했다.
언젠가부터 끔찍한 사건 사고나 재난 현장의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는 것이 아주 '손쉬운'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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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참담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나 혼자 불행하긴 싫다’며 대낮 서울 신림동 거리에서 조선(33)이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흉기에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사건 자체도 끔찍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관련 정보가 유통, 소비되는 양상을 보자면 시름이 더 깊어진다. 사건 현장이 고스란히 찍힌 인근 상가의 CCTV 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기롭게 그걸 본 소감이라며 쓴 글들이 올라온다. 심지어 1분 이내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진 ‘숏폼’ 콘텐츠를 통해 의도치 않게 잔혹한 범행 장면과 피해자 모습을 보게 된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2차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언젠가부터 끔찍한 사건 사고나 재난 현장의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는 것이 아주 ‘손쉬운’ 일이 됐다. 죽음과 폭력의 현장을 담은 영상을 여과 없이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런 영상의 확산이 피해자와 유족에게 2차 가해가 되는 것은 물론 광범위한 대다수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줄 수 있어 또 다른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서울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신림동 영상 최초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히자 “도대체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교권 침해의 현실을 죽음으로 드러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둘러싼 정보 유통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또 놀랐다. 사건 발생 직후 여러 곳으로부터 ‘배후에 여당 의원 가족이 연루됐다’는 제보 아닌 제보를 받았다. 사람들은 트위터 캡처 이미지, 어느 맘 카페에 올라온 글, 어떤 방송인의 말 등 다양한 출처를 근거로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허위글을 올린 사람이 해당 의원을 찾아가 사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에게 제보한 사람들 그 누구도 처음 제기된 의혹이 어디에서 비롯된 말인지, 진짜 사실인지 의심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내가 사실이 아니라는 관련 뉴스 링크를 보내줄 때까지도 해당 의혹을 철석같이 믿으며 사실 여부를 굳이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온라인뉴스부에 있으면서 갈수록 온라인 세상이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어떤 텍스트를 읽고 영상을 봐야 할지 판단하기가 갈수록 어렵다. 또 해당 정보를 믿고 공유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심코, 재미 삼아, 아무런 의도 없이 한 행위가 때론 법을 어기고 나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시민의 안전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더 많이 자주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또 ‘미디어 리터러시’나 ‘디지털 리터러시’ 얘기냐고 하겠지만, 그 이야길 다시금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영상을 보려고 클릭하기 전에 과연 이 영상을 내가 볼 필요가 있을지 스스로에게 한 번만 물어봐도 나를 지킬 수 있다. 또 어떤 글을 읽을 때 이게 사실일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만 더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조병영 한양대 교수는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에서 “디지털 읽기는 비판적 읽기의 연속”이라면서 텍스트를 읽는 동안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15년간 청소년들의 인터넷 읽기 연구 수행을 통해 집대성한 ‘나는 인터넷에서 어떻게 읽는가’ 읽기 전략 점검표도 실었다. 그의 말대로 ‘검증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공간’이자 ‘알 수 없는 공간’인 디지털에서 제대로 읽고 쓰는 것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일단 보고, 그대로 믿는 것부터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리터러시의 출발은 여기서부터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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