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고통에 건강하게 직면하기
인생을 살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인생은 변수로 가득하다. 가는 길의 행로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는 일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 원하지 않지만 고통의 순간은 찾아온다. 매일 재난 사건 사고 천재지변 소식이 들려온다. 인간은 고통에 약하다. 고통은 한순간에 삶을 뒤흔든다. 고통의 경중은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고통과 마주칠 때는 태도가 중요하다. 잘못된 반응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고통을 당했을 때 부인 분노 도피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반응은 부인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고통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고통에 대한 정직한 반응은 절망과 절규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야 한다. 아무 일도 없는 척 태연하게 보이려는 것은 건강한 반응이 아니다. 분노가 일어날 때 분노해야 한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일이다.
고통을 미화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고통에 대한 감정을 토해내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고통의 크기에 따라 통과해야 하는 시간의 길이도 달라진다. 시간이 흘러야 감정은 자리를 잡으며 고통으로부터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수용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현실에 대한 수용이다.
죽을 것 같았던 순간도 어느 순간부터 삶의 일부가 된다. 슬픔의 강을 건너는 일은 간단치 않다. 자칫하면 긴 상처를 남긴다. 고통의 사연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통은 다면체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나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고통의 강도는 거대하다. 대개 준비할 겨를 없이 맞기 때문에 충격은 크다.
고통은 언제나 낯설고 어설프게 맞이한다. 실패의 사건, 나이가 들고 병이 드는 과정, 죽음을 목전에 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수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부정하고 거부하면 역풍을 만날 수 있다. 늙는 것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안티에이징에도 한계가 있다. 상실과 쇠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받아들임의 단계가 중요하다. 수용 단계를 훈련하지 않으면 고통은 더 깊어진다. 포기 이후 주어지는 은총이 있다. 긴 터널을 지나면 빛이 다가온다. 이전에 몰랐던 평온이다.
우리 주위에는 알 수 없는 고난의 파도에 난파당한 사람들이 있다. 고통은 날카롭고 거친 손톱으로 할퀸다.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꿈이다. 고통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익혀야 한다. 인생에는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련이 닥치는 세상에서도 기쁨의 순간은 찾아온다. 봄날은 온다. 슬픔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내 곁을 맴도는 기쁨을 경험한다. 고통이 불현듯 찾아오듯 예기치 않은 기쁨도 다가온다.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은 아프지만 통과한 이후 얻는 축복은 크다. 고통은 미래에 대한 소망이 더 짙어지게 한다. 고통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게 하고 겸허함이 몸에 각인된다. 죽음의 위협이 커질수록 오늘 주어진 삶의 시간은 더 명확해진다. 진부하고 경박한 이야기를 할 공간이 없다. 고통의 무게를 견디는 가운데 영성은 깊어지고 영혼의 힘은 강해진다.
고통 속에서 만난 하나님은 다르다. 하나님은 고통에 대해 침묵하시기도 한다. 침묵은 두렵지만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십자가와 마주친다. 하나님은 무정하신 분이 아니다. 인간 고통을 깊이 이해하신다. 불가해한 고통이 있듯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총은 감춰져 있다. 인생은 단막극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 하나님 섭리의 손길을 만나면 고통은 재해석된다. 고통의 터널은 긴 듯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잔인하고 포악한 세상보다 하나님의 자비가 더 크고 놀랍다는 것을 믿는다면 부정보다 긍정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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