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사 사죄 ‘부전자전’… 오야마 목사 아들도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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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색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부친 레이지 목사는 생전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을 방문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각종 만행에 대해 사죄운동을 펼치다가 지난 5월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아들 세이지 목사는 강단에 올라 사죄부터 했다.
아버지의 별세 전까지 세이지 목사는 한국에 대한 사죄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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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색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분쯤 지났을까. 검은 승합차 한 대가 교회 문 앞에 멈춰서자 스무명 넘는 아이들은 일제히 양손에 쥔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었다. 차량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일본어로 찬양곡 ‘축복합니다’를 부르며 오야마 세이지(64·도쿄 성서그리스도교회) 목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슈쿠후쿠시마스 아이시테이마스(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이지 목사는 26일 오전 ‘한·일 친선 회복 예배’ 설교를 위해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를 찾았다. 그는 ‘일본 기독교의 양심’으로 불렸던 오야마 레이지(1927~2023·사진) 목사의 아들이다. 그의 부친 레이지 목사는 생전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을 방문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각종 만행에 대해 사죄운동을 펼치다가 지난 5월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아들 세이지 목사는 강단에 올라 사죄부터 했다. 그는 “아버지의 양심을 이어받아 한국에 대한 사죄운동을 계승하겠다”며 “여건상 여러분 한 분 한 분 앞에 설 수 없어 이 자리에 올랐다. 평생 짐을 지고 살겠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발언을 마친 세이지 목사는 강단 정중앙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갈채가 쏟아졌다.
아버지의 별세 전까지 세이지 목사는 한국에 대한 사죄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회장을 지낸 한일친선선교협력회 활동에도 발 디딘 적이 없었다. 한국 사죄운동은 늘 아버지 몫이었다. 세이지 목사는 아버지의 관심이 덜한 미얀마 등에서 사죄운동을 펼쳐왔다.
단상에 선 세이지 목사는 좌우명으로 삼은 말씀을 설교 본문으로 정하고 메시지를 전했다. 설교 제목은 ‘당신은 하나님의 최고 걸작품입니다’(엡 2:10)였다. 그는 헬라어 ‘포이에마(걸작품)’를 거론하며 “한·일 간 역사에는 오점이 있었다. 부정할 수 없는 실패의 역사”라며 “한·일 관계 회복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최고 걸작품으로 빚어가신다. 하나님이 한·일 간 미래 화합을 열어주시길 원한다”고 말했다.
한·일 교계 간 친선 사역은 가시밭길과 같다. 0.5%도 안 되는 복음화율에 목회자 평균 연령 70세가 일본 기독교의 현주소다. 목사가 없는 교회만 1000여곳에 달한다. 세이지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멸한 교회도 많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세이지 목사는 일본 기독교의 양심을 지키겠다고 선포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사과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대신해서 나서야 합니다. 우린 하나님께 너무 큰 사랑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일본의 양심 있는 목회자들과 함께 사죄운동을 구체화하겠습니다.”
용인=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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