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깊어져도 생물 다양성 풍부… 심해 채굴 신중해야”

황규락 기자 2023. 7. 27.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해 채굴 논의 중인 태평양 해역
영국 연구팀이 12번 걸쳐 탐사
발견된 5578종 중에 92%가 신종

약간의 빛도 들어서지 않는 수심 5000m의 심해에도 다양한 생물이 생태계를 만들며 서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심해 채굴이 본격 논의되는 가운데 심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해 채굴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 사이 약 600만㎢ 넓이의 클래리온 클리퍼톤 해역(CCZ)에 집중돼 있다. CCZ에는 망간과 코발트, 니켈 등을 함유하고 있는 망간 단괴가 약 5억6000만t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해 채굴에 찬성하는 쪽은 “심해에 생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환경오염 등의 영향이 육지보다 적을 것”이라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심해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물이 존재하며 심해 채굴로 인해 해양 생태계를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심해에도 ‘생물 다양성 풍부’

영국 국립해양학센터를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팀은 심해로 깊이 들어가도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탐사 결과를 2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란 기존 예상을 깬 것이다.

연구팀은 12번에 걸친 탐사를 통해 CCZ에 서식하는 심해 생물의 사진을 찍고 5만3000여 마리 생물 서식지를 분류했다. 분석 결과 수심 3800m에서 4300m 사이에는 외피가 얇은 산호 같은 해양 생물이 밀집해 있었으며, 수심 4800m에서 5300m의 심해에는 해삼과 같은 연체 동물이 살고 있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생물의 수가 줄며 밀집도는 감소했지만 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던 것이다.

연구팀은 심해의 생물 다양성이 ‘탄산염보상깊이(CCD)’에 대한 예상을 뒤집었다고 보고 있다. CCD는 심해의 압력과 온도로 인해 탄산칼슘(CaCO3)이 공급되는 속도와 용해되는 속도가 같아지는 경계다. 탄산칼슘은 해양 생물의 단단한 외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이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탄산칼슘의 용해 속도가 높아져 해양 생물이 외골격을 만들어도 끊임없이 용해돼 성장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CCD 경계 밑으로는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종의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에릭 사이먼 레도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원은 “그동안 심해가 황폐할 것으로 예상된 이유는 제대로 된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빛이 들지 않는 심해에도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심해 밑바닥에 사는 생물들로 탄산염보상깊이(CCD) 밑에 있어 얇은 외피를 가지고 있다. /영국자연환경연구위원회(NERC)

◇생태계에 영향 미치는 심해 채굴

심해에는 실제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최근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CCZ에서 5578종의 생물이 발견됐고, 이 중 92%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생물이었다. 연구팀은 “샘플을 건져 올릴 때마다 새로운 종이 나타났다”고 했다.

심해 채굴이 실제로 심해 생물 서식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에서 약 1900㎞ 떨어진 다쿠요-다이고 해저산에서 2시간 동안 심해 채굴 시험을 진행했다. 일본 지질학회와 국립산업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심해 채굴 전과 후를 비교해보니 심해 채굴 1년 후 해당 지역의 어류와 새우 밀도가 43% 줄었으며, 채굴 지역에서 150m 떨어진 곳에서는 56%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