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동맹 70년, 앞으로 더 키워가야

2023. 7. 2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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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일이고, 8월 8일은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은 한·미 양국 모두 한·미 동맹을 환영하지만, 정전 협상 당시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미국은 또다시 본의 아니게 이런 난감한 전쟁에 끌려들까 봐 손을 내저으며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런 미국에 이승만 대통령은 “이대로 휴전하면 대한민국은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휴전 반대와 자유 통일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었다. 그러다 휴전 협상이 포로 교환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이 대통령이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벼랑 끝 전술까지 동원해가며 겨우 한·미 동맹을 엮어냈다. 당시 미국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으면 ‘이 대통령 축출’(Plan Eveready)까지 검토했을까.

「 6·25 당시 이승만 대통령 용단
안보·경제 ‘두 마리 토끼’ 잡아
신냉전 시대, 가치연대 넓혀야

당시 육군참모총장 백선엽 장군의 생전 회고가 떠오른다. “어느 날 경회루 파티에서 이 대통령이 ‘원용덕(헌병 사령관)은 내가 직접 통제하겠다’고 해 의아했는데, 반공포로 석방 당일 새벽 2시 도쿄 출장 중이던 클라크 사령관의 펄펄 뛰는 항의 전화에, 잠든 이 대통령을 깨우게 해서 보고를 드렸더니 ‘내가 그랬다고 그래라. 동맹 없이는 휴전도 안 된다’며 단호히 말씀하시는 대통령의 심모(深謀)와 충정에 눈물이 핑 돌더라.” 이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한·미 동맹이다.

이렇게 끌어낸 한·미 동맹은 이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과 특별한 경륜으로 수립한 ‘자유민주 공화국 대한민국’과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을 깨고 한민족의 운명을 바꾼 혁명적 조치였다. 최강대국 미국을 동맹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안정적 발전이 가능했고, 오랜 세월 우리를 옥죄던 중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억눌려 있던 한민족의 활력을 폭발시켜 한강의 기적과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기에 혁명적 조치라는 것이다.

동맹이란 원래 이념과 가치를 같이 하는 사이에서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그래서 우리도 월남전은 물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손잡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평가받는 한·미 동맹을 가꿔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원미(遠美)·반일·친중·종북’ 노선에 한·미 동맹이 큰 타격을 받았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그의 회고록(『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는 방기(放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둘러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고 증언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사실 동맹 특히 군사동맹은 상호 간에 깊은 우의와 신뢰가 있어야 그 기능이 살아나는 특별한 관계다. 그런데 아직은 정확한 진상 규명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문 정부가 중국에는 ‘사드 3불 1한’까지 약속하면서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 보호에 필요한 사드 배치는 중국이 싫어한다고 환경영향평가조차 미뤘다는 것 아닌가. 이래서야 동맹의 신뢰가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전작권 전환은 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1994년 이미 우리 군에 전환된 평시작전통제권에 이어 전작권까지 전환되면 한·미 양국을 하나로 묶어내는 핵심 연결 고리이자 동맹의 목적을 현실에 구현하는 한·미연합사는 자동으로 해체된다. 그러면 끝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대선 기간에 미국 일각에서 새삼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대신 중국에 북핵 폐기를 책임지게 한다’는 미·중 빅딜 설까지 돌았을까 싶다.

그래서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세계 시민’을 향해 ‘자유 또 자유’를 외치고 흔들리던 한·미 동맹부터 서둘러 재정비하면서 한·일 관계도 바로잡고,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자유 세계로 동맹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을 보며 새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안보 환경에서 당면한 위협의 극복과 자유 통일 등 한·미 동맹에 대한 기대는 아직 너무 많고 크다. 70주년을 계기로 우리가 한·미 동맹을 더욱더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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