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과학 산책] 유클리드의 우주
현대의 모든 과학이론을 총동원해도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은 우주 전체의 5%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 모두에 태양과 달,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별들을 다 더해도 그렇다는 말이다. 인류가 알아낸 어떤 지식도 우주를 구성하는 95%의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무엇인지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이 아직 걸음마 수준임을 일깨워준다.
이달 초 유럽우주국의 주도로 암흑 물질의 분포를 알아내고 암흑 에너지를 측정하고자 우주망원경 유클리드가 발사됐다. 유클리드는 기원전 300년경 지금의 이집트 땅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수학자다. 당대 최고 권력자 톨레미 1세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는 말로 게으름을 꾸짖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역사상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인쇄된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썼다. 당대까지 알려진 수학 지식을 집대성하였는데 공리와 정의에서 출발하여 엄밀한 증명을 제공하였다. 반박할 수 없는 지식을 얻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서, 스피노자나 뉴턴의 책을 살짝 들춰보기만 해도 유클리드의 수학적 원형이 서구 지성의 발달을 지배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태양 반대편으로 날아 지구로부터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점 L2까지 이동한다.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는 점으로, 안정적으로 먼 우주를 관측하는 데 최적의 장소이다. 사실 L2는 이름과 달리 18세기 중반 수학자 오일러에 의해 처음 알려졌고, 그의 제자였던 라그랑주는 나중에 두 개의 안정적인 점들을 추가했다.
유클리드가 올바른 탐구와 학문의 방법을 제시하고 2000년 후 과학혁명을 촉발했듯이 우주망원경 유클리드도 미지의 95%의 세상을 밝힐 등불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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