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관, AI가 가져올 미래를 보다
콘퍼런스는 오전·오후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조찬 행사와 함께 진행된 오전 세션에서는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 모세 밴바셋 플래테인 회장,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등 3인으로 이뤄진 전문가 대담을 통해 초거대 AI의 오늘과 미래를 진단했다.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각국과 기업의 AI 기술 개발 열기가 후끈해진 가운데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포장은 물론 두려움도 걷어낸 시간이었다.
김진형 교수는 “AI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기 위해선 딥러닝뿐 아니라 딥언더스탠딩(Deep Understanding), 즉 건전한 상식과 추론 능력을 갖추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AI는 입력되는 데이터 내 존재하는 패턴을 익히는 딥러닝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 패턴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법률 계약을 완전히 이해하는 AI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스라엘 AI의 아버지’ 밴바셋 회장은 환자 한 사람에 대해서도 진료 과목별 전문의가 여럿 모이면 다방면을 고려한 처방이 가능한 것에 AI를 비유했다. AI는 여러 사정이 얽힌 복합적인 상황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AI가 인간을 넘어서겠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밴바셋 회장은 “인간과 기계(AI)가 한 팀을 이루는 것이 어느 한쪽이 오롯이 감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곧 다가올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대한 전망도 흥미로웠다. AGI는 특정 분야뿐 아니라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AI가 스스로 추론하고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AGI 주도권을 잡지 못한 국가는 다른 나라 AI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데이터 유출 등 보안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 기술력은 핵무기급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주도하거나 종속되거나, 어느 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AI를 통해 가치관마저 종속될 수 있다고 봤다.
“영어 기반 초거대 AI 모델이 만들어낸 콘텐츠에는 영어 문화권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이용자가 자연스레 영어 문화권의 사고관과 가치관을 접하고 익숙해지는 셈이다. 어휘력, AI가 그린 그림의 화풍도 마찬가지다.”
초거대 AI를 ‘수익화’가 가능한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고민일 터. 이와 관련 오후 세션에서는 네이버, 현대카드, KT 등 기업들이 최신 AI 소식과 트렌드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네이버는 AI를 상용화해낸 경험에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있다. 네이버는 2021년 5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했는데 기존 모델에 ‘특정 분야’들의 전문성이 더해진 모델이다. 금융·건설·법률 등 분야에서도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이를 활용하는 스타트업만 500여곳이다. 하정우 센터장은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하는 생태계가 구축된 곳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뿐”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워 기업 간 거래(B2B), 해외 시장 등으로 초거대 AI 서비스 영역을 넓혀간다는 그림을 그린다.
IT업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제가 많은 금융업계에서는 배경화 현대카드 전무가 대표자로 연단에 올랐다. 사실 금융업계가 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쓰이는 AI 대부분은 ‘머신러닝’을 통한 예측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만든 모델들이 쓸모없어진다는 사실. 이에 현대카드는 중간재적 모델을 목표로 언어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렇게 7년간 AI 노하우를 익혔고 ‘유니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마케팅 솔루션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경화 전무는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물건을 샀는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바로 카드 데이터”라며 “고객사가 초(初)개인화 마케팅을 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T가 개발 중인 초거대 AI ‘믿음(Mi:dm)’은 멀티태스크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의 모델로 금융부터 미디어, 행정,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역량을 뽐내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말하는 멀티태스크는 별도의 추가 학습 없이 하나의 모델로 번역부터 요약, 분류, 콘텐츠 생성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매번 다른 서비스를 위해 새 모델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모델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장두성 KT 상무는 “초거대 AI가 이제 문제집 풀이를 끝내고, 대학생이 됐다”고 비유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발발한 초거대 AI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김선수 AWS 인공지능·머신러닝 사업개발 담당은 “불과 5년여 만에 AI가 사진을 만드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면 미래에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해볼 만하다”면서도 “이제는 생성형 AI에 대해 놀라워하기보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이를 어떻게 학습시키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한다. “이제는 상당히 발전된 기술을 ‘잘 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한 김진형 교수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박진연 MS코리아 부문장은 MS코리아 오피스 제품군의 대화형 AI 도구인 ‘코파일럿’을 소개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AI 기술이다. 박진연 부문장은 “그동안은 사용자가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고 작업물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사용자에 맞는 문서를 작성해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초거대 AI 콘퍼런스가 최신 AI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은 “전 세계 석학들의 강연과 토론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AI 기술과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리 =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코프로그룹 실적은 - 매일경제
- [단독]한화 숙원 이뤘다...호주에 장갑차 ‘레드백’ 129대 수출계약 성공 - 매일경제
- 주가 향방에 투자자 관심 쏠려 - 매일경제
- [속보] 오늘로 올해 장마철 종료…당분간 폭염 이어져 - 매일경제
- ‘에코프로 2형제’ 또 신고가...무서운 2차전지 열풍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2차전지 열풍에 LS그룹도 가세?...증권가 잇따라 목표가 올려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황제주’ 이름값 할까…에코프로의 모든 것 - 매일경제
- LG엔솔 ‘신났다’...캐나다 기업과 5년간 황산코발트 1만9000t 규모 계약 - 매일경제
- “엘앤에프, 4분기부터 수익성 회복 전망”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에코프로 머티리얼즈·이노베이션 가치 주목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