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銀 M&A 빗장 풀어줬지만… 결국은 대형사 몫?

임송수 2023. 7. 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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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저축銀 간 영업구역 확대 합병 허용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까지 소유 가능해져
수도권 뺀 비수도권 한정… 업계 반응 미지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인수·합병(M&A)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규모가 작고 건전성 우려가 커 M&A 수요가 적은 비수도권 저축은행 위주로 규제가 완화된 탓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향후 저축은행업권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 국면에 대비해 미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실익 없는 장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들 수 있는 매수자는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금융지주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구역 제한 해제된 저축은행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인가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을 확대하고, 관련 합병 및 지배구조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은 지난 18일부터 적용됐다.

현재 저축은행 영업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와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개로 나뉘어 있다. 그동안 동일 대주주는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갖지 못했고, 영업구역이 서로 다른 저축은행의 합병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저축은행은 지역밀착형 금융회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국 인가 시에도 영업구역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개정안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영업구역 4곳까지 확대하는 합병도 허용했다. 사실상 비수도권의 영업권 울타리를 없앤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금 중개 기능을 향상하고 경영 건전성을 높이려는 저축은행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효성 없는’ 빗장 풀기 배경은


그러나 이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기반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취약해 대형화·계열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정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저축은행 총여신 잔액은 67조7881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61%를 차지했다. 대전(8710억원), 경남(7861억원), 전북(4702억원), 경북(4259억원) 등 상당수 지역은 총여신 잔액이 1조원에도 못 미쳤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14개 지역의 총여신 잔액은 전체 권역 대비 14.8%에 불과했다.

수익성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5672억원이다. 이 중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순익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여기에 더해 지방 저축은행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탓에 추가적인 M&A가 건전성 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물론 수도권 저축은행도 적기시정조치(경영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회사에 대해 당국이 단계적으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제도) 대상이 된 경우에 한해 영업구역 확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수도권에서 부실한 저축은행을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를 두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를 대비한 제도적 정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1분기 5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이에 하반기 업권 전반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불거진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키움저축은행(A-),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새로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OSB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금융권 부실이 터지는 상황이 온다면 대부업권, 새마을금고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고 다음 타자가 저축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저축은행 규제 완화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민간의 자연스러운 M&A로 부실을 정리하는 그림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처럼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설 경우 정부 재정이 악화할 수 있는 탓이다. 예보에 따르면 2011년 이후 31개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27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원됐다. 이 중 지난해까지 상환된 금액은 약 18조7000억원이다. 여전히 8조5000억원은 회수되지 못했다.

대형 금융그룹은 수혜자인가

다만 비수도권 저축은행 인수가 실익이 크지 않은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금융지주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지방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아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관 출신 회장이 포진된 금융지주에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충청권에 속해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대한 수요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주들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들어 시장 악화 국면에서 구원 투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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