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유치전은 과열인데…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추진 안갯속

박재구 2023. 7. 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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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불구 응급의료 환경 ‘열악’
지자체 서명운동·협약 체결 등 경쟁
김동연 지사와 주광덕 남양주시장,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경기도의료원 남양주병원 설립 의향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왼쪽). 경기 동두천 시민들이 지난 5월 시민평화근린공원에서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동두천 유치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남양주시·동두천시 제공


경기 동북부의 부족한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후보 시절부터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을 두고 지자체들의 유치전이 뜨겁다.

공공의료원 유치에 뛰어든 경기 동북부 지자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유치 서명운동, 성명·결의문, 협약 체결 등을 발표하며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공공의료원 설립 타당성 논의부터 다시 검토하는 등 추진은 안갯속이다.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경기도 내 상급종합병원은 총 5곳이다. 모두 경기 남부에 있다. 종합병원은 67곳 중 48곳이 경기 남부에, 19곳만이 경기 북부에 있다. 이같이 부족한 경기 북부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김동연 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기도는 지난 1월 민선 8기 김동연 지사의 실천 공약 295개를 확정하면서 ‘경기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을 포함시켰다. 감염병과 응급진료가 가능한 4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의료원이다.

수도권임에도 응급의료 환경은 지방 의료취약지구만큼 열악한 양주·동두천·남양주시, 연천·가평군 등 경기 동북부 지자체들은 후보지 선정 방식이나 추진 일정 등 경기도의 구체적인 공공의료원 설립 계획안이 마련되기 전부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매년 인구가 늘고 있는 양주시는 2016년부터 400병상 이상 규모의 공공병원 설립을 경기도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양주시는 경기북부 중심 지역으로서 응급환자를 30분 이내 진료권으로 편입할 수 있는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최적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주시는 입지 확정과 동시에 착공이 가능한 옥정신도시 내 5만5697㎡의 의료시설 부지를 경기도에 제안했다.

동두천시는 공공의료원 유치를 위해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두천시는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공공의료원 유치 기원 범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인구수보다 많은 11만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특히 동두천시는 지행동에 완공 후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제생병원 건물의 무상 사용을 제안했다. 제생병원을 무상으로 사용하면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2년 이내 신속하게 개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대형병원 하나 없는 경기 동북부권역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가평·동두천·연천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내세우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남양주시도 경기도에 유치의향서를 전달하고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남양주시는 백봉지구 내 의료시설 부지 약 3만3800㎡를 제안했다. 대규모 종합병원 신설이 가능한 면적으로 수석~호평 간 도시고속도로에 직접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남양주시 소유로 관리되는 도시계획시설로 경기도의료원과 같은 공공 보건의료기관은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병원 신설에 따른 토지 매입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천군의 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해 공공의료원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 내 종합병원은 물론 응급실이 없어 응급환자는 1시간 거리인 의정부까지 이동해야 한다. 산부인과도 없어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다니는 처지다.

연천군은 공공의료원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연천군보건의료원 승격에도 힘쓰고 있다. 공공의료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아도 연천군보건의료원을 경기도립병원으로 승격시켜 더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가평군은 인구 감소로 인해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높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평군은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24시간 운영 응급실과 산부인과 등 의료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가평병원 유치 민·관 추진단을 구성하고 공공의료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평군은 추진단과 함께 공공의료원 유치 온·오프라인 범군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전체 군민 6만1000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2만8000여명이 동참하며 공공의료원 유치 염원을 나타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 동북부 의료체계 개선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 동북부 지자체들의 공공의료원 유치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지만, 경기도의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경기 동북부 의료격차 해소와 의료체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경기 동북부 의료체계 개선 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지사는 “동북부 의료체계는 심각한 사안이다. 단순히 북부에 공공의료원을 설치할 문제가 아니라 의료체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공공의료원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큰 병원과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지속가능한 의료 체계를 만들고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치를 포함해 동북부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1년간 활동하며 경기 동북부 의료원 설립 타당성과 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정책 제언을 담당한다.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위원회에서 공공의료원 설립이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공공의료원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들과 주민들의 실망은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북부 의료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보기 위해 위원회가 꾸려졌다”면서 “설립 타당성부터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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