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바로세우니 교회도 자립… 큰 기쁨”

이동희 2023. 7. 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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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청지기] 말레이시아 마인즈힐링교회 설립자 정희찬 선교사
말레이시아에서 23년을 사역한 정희찬(수원제일교회 파송)선교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말레이시아에서 비자를 연장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상황이 되자 개척 후 17년을 목회한 마인즈힐링교회(Mines healing church)를 현지인 목회자에게 이양했다.
마인즈힐링교회는 서말레이시아 마인즈 지역에서 100여 명이 모인다. 이들은 매년 2번씩 말레이시아 원주민 지역을 방문하거나 인도네시아 등 인근 나라에 선교팀이 파송될 정도로 선교 마인드가 투철한 자립교회다. 지난 6일 현지 교회를 선교하는 교회로 세운 정희찬, 박해경 선교사가 머무르고 있는 부산 영도구 행복한교회를 찾았다.

지난 6월 마인즈힐링교회는 코로나 이후 3년여 만에 추수감사예배를 드렸다. 말레이시아 추수감사예배는 종족별로 자신의 전통복을 입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선물을 교환하는 대대적인 행사다.

1985년 부산 외항선교회 선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선교에 입문한 정희찬 선교사 부부는 선교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고백하며 웃는다. 정 선교사는 “제 인생은 선교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말레이시아에서도 태권도 사역부터 시작해 한국어 강의, 침술 사역, 교회개척과 목회사역, 코칭사역 등 다양한 선교를 시도하고 복음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한마디로 선교를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선교사 부부는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현지인 대학생 청년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교회 개척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 선교사 부부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기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선교사가 도시 안에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는 “담임목사가 없는 현지인 교회에서 5년간 함께 생활하고 설교하면서 현지인들을 경험하고 보니 교회를 개척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존 교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현실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였다”고 회상했다.

2006년 건물을 임대하고 교회를 개척했지만 함께 생활하던 공동체에서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성도 한 명 없이 가족끼리 예배를 드렸다. 정 선교사는 “교회 인근 간호 전문대에 공부하러 온 학생 중 신앙이 있던 친구들이 교회에 오고 이들이 전도를 하면서 교회가 성장했다”며 “이때 초창기 멤버들이 성장해 지금까지 교회에서 핵심 리더로 사역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산이 있었던 지역의 부유하지 않은 성도들이지만 정 선교사는 이들이 선교적 마인드를 갖추도록 목회했다. 그는 한국에서 좋은 제자훈련 교재들을 찾아 말레이어로 번역해 성도들을 훈련시켰다. 성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사람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선교지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을 세우는 최고의 방법이 ‘교회’이기 때문에 선교사로서 교회를 세우는 일 즉 교육과 전도, 선교를 핵심에 두었다”며 “선교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사역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세우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인즈힐링교회를 현지 목회자에게 이양한 정희찬 선교사 부부.


마인즈힐링교회는 후원교회의 도움 없이 운영되는 자립교회로 매년 다른 지역으로 선교를 가는 프로그램이 정착된 ‘선교하는 교회’다. 한국도 두 차례 방문해 고려대 앞에서 전도를 하기도 했다. 선교가 교회의 핵심 정신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성도들도 자연스럽게 선교에 나선다. 그는 “매년마다 선교하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는 성도도 있었다”며 “반대로 어떤 성도는 선교가 너무 힘들다고 다른 교회로 갔었는데 얼마 후에 ‘선교를 안 하니 신앙생활이 재미가 없다’며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마인즈힐링교회는 17년 동안 현지인 목사 3명, 전도사 4명을 배출했다. 정 선교사 부부가 공식적으로 현지인 담임 목회자에게 목회를 이양한 후에 교회를 담당하는 전임사역자 한 명, 파트 사역자 4명이 사역하고 있다. 박해경 선교사는 “교회를 세울 때부터 우리가 떠나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현지인 전도사와 집사들의 신앙 훈련을 철저하게 시켰다”며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사역자들이 몇 년 뒤 목회자가 되어서는 ‘훈련 시켜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더라”고 말했다.

애써 세운 교회를 현지 목회자에게 이양했지만 정 선교사 부부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다. 교회 설립자로 남아 교회의 해외 선교 사역을 도와야 하고, 정 선교사를 찾는 다른 지역을 찾아 다니며 선교사 후원 사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니어 선교사로서 정 선교사는 GMS 동남아이슬람 지역선교부 지역대표와 KWMF(Korean World Missionary Fellowship)동남아 지역대표도 맡고 있다. 한 지역의 선교사를 넘어 전 세계 선교 지형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동남아시아 선교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전략적으로 선교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선교 역량을 가진 현지 교회와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뤄 세계 선교를 확장해 가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 안에는 아직도 현지에서 세워진 교회를 동등한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현지 교회와 네트워크를 이뤄 함께 세계 선교를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에서 현재 파송된 선교사들의 평균 연령이 55세이고, 현지에서 40대 선교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세계 선교가 잘 이뤄지도록 선교사들을 케어하고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이동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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