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만난 해녀 밀수꾼들…'밀수' 류승완 "수중 발레 접목해 못 봤던 액션 도전했죠"
액션 장인 류승완(49) 감독이 해녀 액션에 도전했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빅(Big)4’의 첫 타자로 26일 개봉한 ‘밀수’다. 1970년대 밀수꾼이 횡행하던 가상도시 군천에서 바다에 던진 밀수품을 건지던 해녀들의 이야기다.
류 감독과 강혜정 대표의 제작사 외유내강이 전작 ‘시동’(2019) 촬영차 군산 박물관에 갔다가 70년대 밀수 사건에 해녀들이 개입했다는 자료를 본 게 출발이었다. 영화 ‘모가디슈’(2021)를 모로코에서 촬영하고 돌아온 류 감독은 이 ‘해녀 밀수꾼’에 사로잡혔다. 마침 부산 배경의 여성 밀수꾼을 다룬 곽재식 단편소설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천만 영화 ‘베테랑’(2016), 주연을 겸한 ‘짝패’(2006) 등 거친 남성 액션을 그린 전작과 달리 한복 저고리 잠수복에 전복 따는 낫이 전부인 해녀들의 수중 액션은 DNA가 달랐다. 수중 발레를 접목한 해녀 액션이 탄생한 배경이다. 컴퓨터그래픽(CG)이긴 해도, 인간들을 위협하는 상어까지 등장한다. 남북 첩보전 영화 ‘베를린’(2013), 격렬한 시가전을 펼친 ‘모가디슈’에 이어 새로운 액션에 도전했다.
영화 개봉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저같이 영화가 10편 넘는 중고 연출자들은 성공에 기대서 재탕, 삼탕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면서 “물속 액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해녀들이 하는 건 거의 없었다. 잘해내면 큰 의미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류승완, 21년만에 女女버디 무비
영화는 밀수꾼들의 한탕 과정에 얽힌 해녀들의 우정과 배신에 집중했다. 평화롭던 군천 마을 해안가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병들어 모두 다 밥줄이 끊긴다. 선주의 딸이자 해녀 대장 진숙(염정아)과 고아인 단짝 춘자(김혜수)는 생계를 위해 밀수일에 뛰어든다.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조인성), 진숙네 배를 가로챈 불량배 장도리(박정민)가 가세한다. 다방 마담 옥분(고민시)이 해녀 언니들의 소식통 역할을 한다.
‘타짜’(2006), ‘도둑들’(2012)의 김혜수, ‘범죄의 재구성’(2004)의 염정아 등 최동훈 감독의 범죄영화 속 팜므파탈 배우들이 류 감독과 처음 합을 맞췄다. 여성이 중심이 된 류승완 영화는 전도연‧이혜영 주연의 ‘피도 눈물도 없이(이하 피눈물)’(2002)에 이어 21년 만이다. 류 감독은 “‘피눈물’ 때는 제가 어렸고 어설프고 뭘 잘 몰라서 배우, 스태프들을 고생시켰다. 그래도 에너지 넘치게, 눈치 안 보고 괴상하게 찍었다”면서 "‘피눈물’이 출발부터 여성들이 필름 누아르의 주인공이고 여성 정체성이 먼저 잡혔다면, ‘밀수’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승완 "여성보단 해녀에 중점"
해녀들을 위협하는 상어 설정은 실제 해녀들이 서해에서 자주 상어 사고를 당하는 데서 따왔다. 류 감독은 “상어 사고가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해녀들이 생리 때도 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더라”면서 “상어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어떤 건지, 그게 크게 와닿았다”고 돌이켰다.
"수중발레·해녀 자문 받아 수중 액션 디자인"
“물 속에서 남녀가 대결할 경우 지상보다 흥미로운 지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류 감독은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슬로우 모션이 물속에선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었다. 수중발레 김희진 코치가 합류하면서 (해녀 액션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이어 “춘자와 진숙이 잠수 방향을 교체할 때 원래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수중발레팀이 서로 손을 맞잡고 당겨주는 걸 테스트 때 보고 영화에 집어넣었다. 해녀들의 조언을 듣고 무술감독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런 조합으로도 액션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70년대 밀수 소재에 꽂힌 이유에 대해 “개방된 현대사회와의 온도 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제를 쓰는 것조차 범죄가 되던 시대인데, 잘사는 집에 가면 학용품, 가전제품이 다 일제였죠. 영화에서처럼 생필품, 옷, 음식, 심지어 바나나도 밀수품을 먹었어요. 다방이나 양장점에 007가방을 갖고 다니면서 밀수품을 팔았죠. 모든 게 통제된 시절의 밀수는 오늘날과 느낌이 달랐어요.”
"'영웅본색' 같은 예측불허 인생 흐름에 끌리죠"
‘밀수’는 개봉 전날, 사전 예매 관객 16만9000여명을 기록하며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 1위에 올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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