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만난 해녀 밀수꾼들…'밀수' 류승완 "수중 발레 접목해 못 봤던 액션 도전했죠"

나원정 2023. 7.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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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영화 '밀수' 감독
영화 '밀수' 촬영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의 모습이다. 코로나19 시기 촬영을 진행해 마스크를 쓰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 NEW

액션 장인 류승완(49) 감독이 해녀 액션에 도전했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빅(Big)4’의 첫 타자로 26일 개봉한 ‘밀수’다. 1970년대 밀수꾼이 횡행하던 가상도시 군천에서 바다에 던진 밀수품을 건지던 해녀들의 이야기다.
류 감독과 강혜정 대표의 제작사 외유내강이 전작 ‘시동’(2019) 촬영차 군산 박물관에 갔다가 70년대 밀수 사건에 해녀들이 개입했다는 자료를 본 게 출발이었다. 영화 ‘모가디슈’(2021)를 모로코에서 촬영하고 돌아온 류 감독은 이 ‘해녀 밀수꾼’에 사로잡혔다. 마침 부산 배경의 여성 밀수꾼을 다룬 곽재식 단편소설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천만 영화 ‘베테랑’(2016), 주연을 겸한 ‘짝패’(2006) 등 거친 남성 액션을 그린 전작과 달리 한복 저고리 잠수복에 전복 따는 낫이 전부인 해녀들의 수중 액션은 DNA가 달랐다. 수중 발레를 접목한 해녀 액션이 탄생한 배경이다. 컴퓨터그래픽(CG)이긴 해도, 인간들을 위협하는 상어까지 등장한다. 남북 첩보전 영화 ‘베를린’(2013), 격렬한 시가전을 펼친 ‘모가디슈’에 이어 새로운 액션에 도전했다.
영화 개봉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저같이 영화가 10편 넘는 중고 연출자들은 성공에 기대서 재탕, 삼탕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면서 “물속 액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해녀들이 하는 건 거의 없었다. 잘해내면 큰 의미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류승완, 21년만에 女女버디 무비


영화는 밀수꾼들의 한탕 과정에 얽힌 해녀들의 우정과 배신에 집중했다. 평화롭던 군천 마을 해안가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병들어 모두 다 밥줄이 끊긴다. 선주의 딸이자 해녀 대장 진숙(염정아)과 고아인 단짝 춘자(김혜수)는 생계를 위해 밀수일에 뛰어든다.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조인성), 진숙네 배를 가로챈 불량배 장도리(박정민)가 가세한다. 다방 마담 옥분(고민시)이 해녀 언니들의 소식통 역할을 한다.
‘타짜’(2006), ‘도둑들’(2012)의 김혜수, ‘범죄의 재구성’(2004)의 염정아 등 최동훈 감독의 범죄영화 속 팜므파탈 배우들이 류 감독과 처음 합을 맞췄다. 여성이 중심이 된 류승완 영화는 전도연‧이혜영 주연의 ‘피도 눈물도 없이(이하 피눈물)’(2002)에 이어 21년 만이다. 류 감독은 “‘피눈물’ 때는 제가 어렸고 어설프고 뭘 잘 몰라서 배우, 스태프들을 고생시켰다. 그래도 에너지 넘치게, 눈치 안 보고 괴상하게 찍었다”면서 "‘피눈물’이 출발부터 여성들이 필름 누아르의 주인공이고 여성 정체성이 먼저 잡혔다면, ‘밀수’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오른쪽)가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 활극이다. 뉴스1
“‘밀수’는 해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여성 주인공이 자연스러웠다. 춘자와 진숙의 우정, 춘자와 권상사, 장도리와 진숙 등 엇갈리는 인간 관계가 더 중요하다”면서 “김혜수‧염정아라는 거대한 두 봉우리가 솟아있지만, 여성 중심 서사라기보다는 ‘군상극(복수의 시선으로 하나의 사건을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류승완 "여성보단 해녀에 중점"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사진 NEW
1970년대 들어 고무 잠수복이 나왔지만, 영화에선 1960년대 입던 한복저고리 잠수복이 지방엔 여전히 남아있었다는 설정을 택했다. 극 중 억척이(주보비)가 포댓자루를 잘라 잠수복을 만들어 입는 장면은 60년대 실제 자료 사진을 참고한 것이다. 류 감독은 “수중에서 해녀들의 맨살을 노출하면 액션이 훨씬 위험해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녀들을 위협하는 상어 설정은 실제 해녀들이 서해에서 자주 상어 사고를 당하는 데서 따왔다. 류 감독은 “상어 사고가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해녀들이 생리 때도 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더라”면서 “상어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어떤 건지, 그게 크게 와닿았다”고 돌이켰다.

"수중발레·해녀 자문 받아 수중 액션 디자인"


영화 '밀수' 수중 액션 제작기 영상의 한장면. 사진 NEW
영화 '밀수' 수중 액션 제작기 영상의 한장면. 사진 NEW
영화 '밀수' 수중 액션 제작기 영상의 한장면. 사진 NEW
영화 '밀수' 수중 액션 제작기 영상의 한장면. 사진 NEW
빈손의 해녀들이 물에 뛰어든 남성 장정들의 칼부림에 힘을 합쳐 맞서는 마지막 액션신은 영화의 백미다. 이 신을 위해 해녀 역 배우들은 3개월 간 사전 훈련을 거쳐 6m 깊이 수조에서 촬영했다.
“물 속에서 남녀가 대결할 경우 지상보다 흥미로운 지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류 감독은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슬로우 모션이 물속에선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었다. 수중발레 김희진 코치가 합류하면서 (해녀 액션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이어 “춘자와 진숙이 잠수 방향을 교체할 때 원래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수중발레팀이 서로 손을 맞잡고 당겨주는 걸 테스트 때 보고 영화에 집어넣었다. 해녀들의 조언을 듣고 무술감독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런 조합으로도 액션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70년대 밀수 소재에 꽂힌 이유에 대해 “개방된 현대사회와의 온도 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제를 쓰는 것조차 범죄가 되던 시대인데, 잘사는 집에 가면 학용품, 가전제품이 다 일제였죠. 영화에서처럼 생필품, 옷, 음식, 심지어 바나나도 밀수품을 먹었어요. 다방이나 양장점에 007가방을 갖고 다니면서 밀수품을 팔았죠. 모든 게 통제된 시절의 밀수는 오늘날과 느낌이 달랐어요.”

"'영웅본색' 같은 예측불허 인생 흐름에 끌리죠"


영화 '밀수'는 (앞줄 왼쪽부터) 주연 김혜수, 고민시, 염정아 등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사진 NEW
‘짝패’에 이어 ‘밀수’에서 허구의 도시를 설정한 데 대해 그는 “현실에서 힌트를 얻었지만, 이곳은 장르의 세계라는 선언이었다”고 했다. “소도시의 몰락, 배신 같은 이야기가 저의 원형인 것 같다”는 류 감독은 “'영웅본색' 같은 구도, 개연성 없는 예측 불허의 인생 흐름, 그런 것에 꽂힌다”고 말했다.
‘밀수’는 개봉 전날, 사전 예매 관객 16만9000여명을 기록하며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 1위에 올랐다.
영화 '밀수' 촬영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 그는 극장가가 팬데믹 타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실정에 대해 그는 “이럴때는 서로 응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영화마다 개성이 다르다”고 했다. “관객은 저의 태도나 의지를 보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거잖아요. 요즘은 최선을 다했으니까 재밌게 봐달라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겠어요. 누구나 최선을 다하니까요. 재밌게 만들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진 NEW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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