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시간 없어 방광염…콜센터 근로자 40% “아파도 출근”

박상은 2023. 7. 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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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은 아파도 병가나 연차를 쓰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허리통증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은 70%에 달했으며, 방광염·정신과 질환 등 직업성 질병을 겪은 사례도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답변 비율은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17%)보다 23%포인트 높았다.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보다 3~6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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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1278명 조사…직업성 질병 심각
‘관리자에게 밉보일까봐’ 연차 미사용
가장 큰 스트레스 ‘임금’…월평균 소득 220만원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이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콜센터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은 아파도 병가나 연차를 쓰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허리통증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비율은 70%에 달했으며, 방광염·정신과 질환 등 직업성 질병을 겪은 사례도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콜센터 노동자 1278명(여성 93%·남성 7%)을 대상으로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조에 소속된 660명과 미조직 노동자 618명이 참여했다.

우선 응답자 중 40%는 아파도 병가나 연차휴가를 낼 수 없었다. 이러한 답변 비율은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17%)보다 23%포인트 높았다.

아파도 병가나 연차휴가를 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관리자에게 밉보일까봐’(26.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소득이 줄어들까봐’(25.2%), ‘동료에게 미안해서’(24.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회사가 휴가를 못 쓰게 한다’는 응답도 13%에 달했다.

하루 중 실제 휴게시간을 조사한 결과 39.4%는 점심시간을 포함해도 1시간을 채 쉬지 못했다. 이중 휴게시간이 30분∼1시간 미만인 응답자는 27.9%, 30분 미만은 11.5%였다.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도 심각했다. 허리 통증, 만성피로, 목이나 어깨 등의 상지 통증으로 치료를 받거나 고생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약 70%에 달했다.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보다 3~6배 높은 수준이다.

방광염(31.9%), 정신과 질환(31%), 성대결절(26.7%) 등 직업성 질병도 흔하게 발생했다. 이 역시 노동자 평균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알려줘야 하지만 응답자 중 80%가 해당 조사 결과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5%는 계약직으로, 이중 74.4%는 1년 단위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콜센터 노동자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부족한 임금’이었다. 이들의 월 평균소득은 220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협력사들이 좋은 업체 평가를 위해 상담사들이 아파도 쉴 수 없게 연차 사용을 제한하고 점심시간에도 전화를 받도록 요구한다”며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전화를 받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니 방광염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조미선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고용노동부본부 부본부장도 “아직도 연차계획서를 작성하고 당일 연차 사용 시 패널티를 적용해 성과평가를 낮게 받게 하는 센터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우리 사회 콜센터노동자의 사회적 중요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으나 간접고용,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감정노동자로서의 보호조치와 숨 쉴 틈 없는 현장에서 제대로 된 쉴 권리 보장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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