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된 코스닥… 에코프로 널뛰기 무빙에 증시 대혼란

이광수,김준희,김혜지 2023. 7.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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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가 하루에만 최대 70포인트가 등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시장 수급이 집중됐던 에코프로와 포스코DX 등 이차전지 관련주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던 이차전지 관련주를 놓고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9.33포인트(4.18%) 하락한 900.63에 마감했다. 이날 945.57로 시작한 코스닥은 장 초반 956.40까지 오르면서 전날 경신한 역대 최대치 시가총액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 치웠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6%나 오른 58만4000원까지 올랐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는 전장 대비 19% 오른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 현상을 일으켰던 2차전지 관련주들이 오후 1시 이후 서로 약속한 듯 일제히 폭락했다. 에코프로는 오후 1시54분 113만6000원을 기록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12.14%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비슷한 때 전 거래일보다 7.25% 하락해 42만850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 여파로 ‘천스닥’을 바라보던 지수는 900선을 내주고 886.14까지 내려가며 한때 5.72%까지 하락 폭이 커졌다. 일부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이차전지 관련주 시세가 밀리자 이에 편승해 강해진 매도세가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급락한 주가를 저점이라고 판단한 일부 투자자들의 매수, 이른바 ‘줍줍’ 수요가 나타나면서 단시간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증시가 연출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나 북한의 핵실험 등의 악재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변동성 장세였다는 평이다.

이날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는 그동안 축적된 차익실현 욕구가 이날 오후에 폭발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뉴욕 증시도 기업 실적을 확인하면서 계단식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국내 증시만 유독 묻지 마 식의 상승장세가 펼쳐졌다”며 “심리가 지배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급락할 수도 있지만 급등하는 흐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영향력을 지목하는 분석도 있다. ETF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추종 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종목을 사들이는데, 최근 이차전지 관련 ETF 규모가 커지면서 쏠림현상이 과도해진 상황이 변동성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급 때문이라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변동성”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장을 주도했던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허공 위에 집을 지었던 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차전지 관련주를 팔아치운 주체는 개인이었다. 개인은 6187억원어치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 순매도 1~5위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엠텍, 성일하이텍으로 집계됐다.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다. 외국인만 8666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에 상장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포스코그룹주와 ‘밧데리 아저씨’의 홍보로 이름을 알린 금양도 코스닥 이차전지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을 가리지 않고 이차전지 관련주에서 일제히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코스피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44.10포인트(1.67%) 하락한 2592.36에 거래를 마쳤다.

이광수 김준희 김혜지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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