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손실 2.9조…“AI 반도체 중심으로 회복 국면”

최은경 2023. 7.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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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11년 만에 3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도 결정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메모리 감산 효과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7조3059억원, 영업적자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1조8984억원), 올해 1분기(-3조4023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SK그룹에 인수된 2012년 1분기 이후 11년 만이다.

하지만 증권사 전망치인 매출 6조2663억원, 영업적자 2조8943억원보다는 양호한 성적이다. 영업손실률이 39%로 비용 절감과 재고평가 손실 감소로 1분기(67%)보다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47.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챗GPT를 중심으로 AI 시장이 커지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나 2분기 매출이 1분기 대비 44% 늘고, 영업손실 규모는 15%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 시장은 연평균 30%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재민 기자


SK하이닉스는 매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D램과 낸드 판매량 증가, D램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을 꼽았다. PC·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DDR4 등 일반 D램 가격은 낮아졌지만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면서 D램 전체 ASP는 한 자릿수 후반대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의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10%에서, 올 2분기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과 DDR5의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며 연말이면 전체 D램 매출 중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HBM의 경쟁력에 대해 “고객 피드백을 통해 제품 출시 시기와 완성도, 품질 등에 대해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초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AI용 메모리인 HBM3(4세대 HBM), 고성능 D램인 DDR5·LPDDR5, 176단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 역시 수율을 높여 경기 호전 시 양산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다만 낸드는 재고 감소 속도가 D램보다 느리다고 봐 감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 감산 규모는 5~10% 수준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는 변함없지만 DDR5와 HBM3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시장이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성능 제품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은 뒤 다음 분기부터 영업손실 폭이 점점 줄어 내년 2분기쯤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이르면 올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도 나온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에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SK하이닉스는 올 10월로 종료되는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 1년 유예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장기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팹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향후 중국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수출 통제는 각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논의에 관해서는 “아직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 조건 등이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로 3분기 영업적자는 1조9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며 “HMB3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말까지 우위를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상반기 경쟁사들이 차세대 제품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는 반도체부문에서 3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27일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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