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 극심…"노느니 가사도우미"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치닫고 있는 중국에서 당국이 청년과 대졸자, 퇴역군인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도록 업계에 독려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기 둔화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올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천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쏟아지면서 중국 당국이 가사 서비스 업계에 고용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청년들도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계비 마련을 위해 가사 서비스 업계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올여름 대학을 졸업한 덩쥔(21) 씨는 지난해 12월 선전의 한 영화·TV 제작사에 취업했지만 지난 5월 해고됐다. 이후 고향인 후난성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가사 서비스 회사에서 30일 일정의 훈련 과정을 밟고 있다. 이 기간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훈련을 받으면서 월 2천위안(약 36만원)을 번다. 수습을 마치면 2천500위안(약 45만원)의 수당을 받게 된다.

지난 1월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국 평균 연봉은 3만6천883위안(약 658만원)이다.

덩씨는 SCMP에 "올해 취업 상황이 점점 비관적이고 일자리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며 "이 일이 정말 피곤하고 허리도 많이 아프지만 어쨌든 매일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자의 93.8%가 가사 서비스를 이용했다. 중국 가사 서비스 시장은 2015년 2천776억위안(약 50조원)에서 2021년 1조100억위안(약 181조원)으로 거의 네배가 됐고 2023년이면 1조1천600억위안(약 20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사도우미 업계의 주된 인력은 중년층이지만 최근 시장이 커지면서 젊은 인력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2021년 쓰촨성에서 첨단 청소 서비스 중심 가사 서비스 회사를 세운 양춘메이(33) 씨는 SCMP에 "직원 대다수가 20대"라며 "점점 더 많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더 우호적인 노동 환경, 유연한 근무 시간, 7천∼8천위안(약 125만∼143만원)의 비교적 높은 월급 때문에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회사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 퇴역 군인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청소 업무에서 강한 책임감과 인내심을 겸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국제경영경제대의 천젠웨이 연구원은 "중국의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볼 때 미래 산업은 서비스 분야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가사 서비스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가사도우미 분야는 충분하지 않은 보수 탄력성과 규제 부족으로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들은 이런 종류의 일을 약간의 경험과 기술을 터득하는 과도기적 일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