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범행 당시 얼굴입니다…'신림 살해범' 33세 조선 신상공개

김홍범, 이영근, 황수빈 2023. 7. 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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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에게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조선(33)의 신상이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2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점에서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피의자의 자백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증거도 충분하다”며 조선의 신상 공개 결정 이유를 밝혔다. 신상공개위는 피의자 조선의 과거 증명사진 외에도 범행 당시의 모습을 함께 공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CCTV는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모습을 함께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해 지난달 1일 신상이 공개된 정유정(23)의 경우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선(33)의 사진. 서울경찰청은 2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조선은 조사 과정에서 술에 취했다거나 마약을 복용했다는 진술을 번복했고, 범행 당일 독산동 조모 자택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간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범행 전 마지막으로 보러 갔다”고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조선의 계획 살인 증거를 여럿 찾아냈다. 디지털포렌식 결과 그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 20일 초기화 작업을 통해 휴대전화 검색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사용하던 데스크톱 PC도 망치로 부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조선은 “살인 방법을 검색한 기록이 발각될까 두려워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자택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까지 망가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추가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사전 계획 여부는 살인죄의 경중을 따지는 중요한 요소다.

신림동 흉기 난동범 조선(33)이 지난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조선은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쯤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30㎝ 길이의 흉기를 들고 약 100m를 뛰어다니며 행인을 공격했다. 20대 남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뒤 오후 2시 13분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자는 모두 조선과는 일면식이 없었다. 이날 그는 낮 12시 3분 인천 자택에서 택시에 탑승해 약 한 시간 뒤 할머니의 주거지에 도착했다. 조선은 할머니로부터 “왜 인생을 그렇게 사느냐”는 질타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인근 마트에서 식도 2점을 훔쳐 택시를 타고 신림역으로 향해 하차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조선은 체포 당시 “열심히 살아도 안 되더라. X같아서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조사에선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범행 장소에 대해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망 피해자의 유족은 “사촌 동생이 모친을 여의고, 부친의 사업마저 어려워져 저렴한 원룸을 찾기 위해 신림을 찾았다가 잔인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늘 동생을 챙기던 착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3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2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추모 현장에서 한 남성이 사망한 피해자에 남겨진 글을 읽고 있다. 추모 공간은 오는 27일까지 운영된다. 김홍범 기자.


조선의 지인들은 술과 도박에 번 돈의 대부분을 쓰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지난 2013년쯤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음식점에서 조선과 함께 배달기사로 일했던 지인은 “조선에게 전과가 많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일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술 마실 때를 제외하곤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외로움을 많이 타서 잘 모르는 직장 동료를 붙잡고도 여러 차례 술을 마시면 안 되냐고 했었다. 가족 얘기만 나오면 유난히 침울해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또 “키가 작은 조선은 자신보다 크고 강한 사람에겐 절대 반기를 드는 성격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조선은 성인이 된 이후 배달업과 건설 현장 노동업을 전전했으며, 현재도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림동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현장 그래픽 이미지.

키가 약 168㎝인 조선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조건이 좋은 또래 남성이 부러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은 온라인 도박을 자주 했다. 경찰은 26일 조선의 은행 계좌 등을 통해 경제적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 신청한 상태다. 경찰은 기록 조회가 가능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의 정신병 치료 경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조선은 진술 과정에서 “우울증이 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 조선의 양친은 모두 생존해 있지만, 현재는 교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조선의 범행 동기를 파고들고 있다. 26일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의 범행이 묻지마 범죄, 그중에서도 ‘만성분노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은 사이코패스 진단 항목에도 포함된 ‘반사회성’이 두드러지며 다수는 폭력이나 상해와 연관된 전과가 많은 게 특징이다. 조선은 폭행을 포함해 전과 3범이며, 미성년자 시절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0대 남성을 살해한 조모(33)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을 통해 유출돼 삽시간에 온라인상으로 퍼졌다. 해당 매장은 현재 임시 휴업 중이다. 김홍범 기자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2차 범죄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중이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과 함께 흉기 구매 내역을 올려 협박 혐의로 체포된 이모(26)씨에 대해 26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10시쯤 “신림역 일대에서 여성을 강간·살인하겠다”는 글을 올린 다른 글 작성자 등도 추적 중이다. 조선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최초로 유포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직원은 한 차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동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홍범·이영근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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