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한·미 핵 협의, 내년 美 대선 전 골든타임...논의 가속화해야”

정진우 2023. 7.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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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워싱턴선언과 한미 동맹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핵협의그룹(NCG)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했다. 정진우 기자

“(2024년 11월 미국 대선까지) 앞으로 1년 5개월 정도가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워싱턴선언과 한미동맹의 미래’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내년 미 대선까지) 한·미 확장억제를 ‘작전계획화’ 하고 핵 운용체계를 우리가 제대로 숙지할 수 있게 실무 협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결과물인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이 실질적인 확장억제 강화로 이어지기 위한 구체적 협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NCG, 미국이 열어준 기회의 창"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사진은 정상회담 직후 악수를 나누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중앙포토
김 전 실장은 차기 미 대선 이전 NCG를 활용한 확장억제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로는 “미국 대선 예비후보 중에는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 경시적 사고를 가진 인사들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 후보의) 미국 우선주의가 신고립주의적 색채를 띠게 되면 외국과의 군사 동맹을 경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다. 차기 미 대선으로 인한 확장억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합의한 NCG를 대폭 진전시켜 동맹에 기반을 둔 ‘핵 태세’를 굳건히 확립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주장이다.

NCG는 미 핵 자산의 운용 계획 자체를 특정 국가와 공동으로 협의하는 전례 없는 기구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과 핵기획그룹(NPG)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는 양자 차원이 아닌 31개 나토 가입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느슨한 구조다. 나토 일부 국가들에는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는 점도 다르다. 김 전 실장이 NCG를 “미국이 굉장히 예외적으로 열어 준 기회의 창”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NCG 창설 이후 한국의 적극적 노력과 속도감 있는 실무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다만 김 전 실장은 “미국은 한국이 엄청나게 강력히 달려들어야 (핵에 대해) 가르쳐줄지 말지 고민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며 “미국이 핵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허용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들지 않고 NCG를 포토세션으로 활용하면 굉장한 전략적 패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日 비핵3원칙 한·미·일 NCG 가능할까


일본은 한·미가 NCG 창설 논의를 이어가던 초창기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방어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실장은 “NCG가 어떤 형태로 추진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일본 역시 관심을 보였지만, NCG의 비전은 일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있다”며 “일본은 한·미가 자신들의 비핵3원칙(핵무기 보유·생산·반입 불가)을 넘어갈 수도 있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엔 상당히 관심의 강도를 낮췄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를 개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한미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 전 실장은 지난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간의 첫 NCG 회의에 대해 “개괄적이고 총론적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실무협의를 통해 NCG가 수행할 주요 과업을 신속히 식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특히 실무협의를 통해 ▶양국 간 정보 공유 목록 ▶핵 공동 기획 지침 ▶북한의 핵 사용 등 유사시 양국 정상 간 협의 절차 ▶핵 전력 전개 및 배치 방안 등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국민의 '북핵 우려' 불식" 지침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의 핵심 과제로 확장억제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국민 불안 가중”을 꼽았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핵 고도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 전 실장은 “미국은 냉전 시기부터 지금까지 (동맹에 대해)확장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주기보단 ‘미국을 믿으라’는 얘기만 반복해 왔다”며 “그간 핵을 갖지 않은 동맹국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의 근거를 자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 연합뉴스

김 전 실장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 동맹 조약 체결과 관계없이 군사적 개입을 감행했다”며 “이는 ‘이익의 균형’이 맞아야 효과적인 확장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강화된 확장억제 제공을 요구하기보단,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 스스로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차원에서 김 전 실장은 “글로벌 가치 사슬 체계의 재편, 사이버 안보, 에너지 안보 등에서 한국과 연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해야 미 지도층이 한·미 군사동맹의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며 “자유민주적 가치를 넘어 한국의 지정학·지경학적 가치를 한·미가 공유할 때 동맹의 지속 가능성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2025년을 "대한민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선 확대 ▶중국의 남중국해 내해화(內海化) 등 통제 강화 ▶미·중 충돌 가능성 등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갈등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관심과 각종 자원은 동유럽으로 가고, 한반도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이 10~20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이 지난 70년을 버텨 온 원동력인 한·미 동맹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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