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20] ESG경영과 성경 속의 조직몰입(Organizational Engagement)
경영학에서 조직몰입(組織沒入: Organization Engagement)이란 조직 내 구성원들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서적으로 몰입된 상태로 자발적 헌신과 열정을 수반한다. 구성원들의 높은 몰입도는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조직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루는 것으로 기업을 비롯한 영리 및 비영리 기업과 각종 단체를 포함하며 크게는 국가도 이에 속한다. 예수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한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 그리고 교회들로 구성된 교단도 당연히 조직이며, 교회 내에서도 교구, 남녀선교회, 청년회, 교회학교, 성가대 등 다양한 조직이 있을 수 있다.
몰입 수준이 높은 구성원들은 조직의 목표 달성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자발적이고 강한 동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조직이 최적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높은 몰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물리적,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 조직이론은 구성원의 조직몰입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고려한다.
성과급을 제시하고, 질 높은 음식을 제공하며, 경조사 지원,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등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도 그 방안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자발적 참여 의지를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몰입 전략은 구성원의 신뢰와 소속감을 제고하거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래학자 제이콥 모건(Jacob Morgan)은 그의 책 ‘직원경험(The Employee Experience Advantage)’에서 경험을 통해 조직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업조직은 수익모델과 물적 및 인적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수익모델이나 물적 자원은 다른 조직이 모방하거나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다른 조직이 모방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적자원, 즉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모건은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위한 조직의 문화와 기술, 물리적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어야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ESG 경영의 관점에서도 구성원의 몰입도는 중요한 관리 요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말 제시한 ‘K-ESG가이드라인’과 국제 ESG보고기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준에도 구성원의 몰입과 관련된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 가령 사회영역에서 ‘자발적 이직률’ ‘복리후생비’ 등이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전통적인 인적자원관리의 관점인 보수 및 직무만족도, 유인(誘引)제공이라는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진정한 조직몰입은 각 구성원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자각을 기반으로, 수행하는 일을 통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하므로 제고될 수 있다. 단순히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보수를 받고 각종 복지혜택에만 관심을 가진 구성원이 대부분인 조직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조직몰입을 달성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K-ESG 가이드라인이나 GRI기준에서 제시한 지표들은 진정한 구성원의 조직몰입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성경에도 조직몰입의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다윗의 군대이다. 다윗의 군대는 몰입을 위해 전통적인 보상과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해 줄 상황이 아니었다. 사울왕의 박해를 피해 유대 광야로 쫓겨나 도망 다니는 신세인지라 물적 자원은 당연히 없었고 인적자원도 변변치 않았다. 사무엘상 22장에 보면, 다윗이 아둘람 굴로 도망했을 때, 환란 당한 자, 빚진 자,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다윗 주위에 모여들었다고 기술한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진 인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로서 다윗은 어떠한가? 다윗은 외모, 학문, 경력과 같은 리더로서의 외적인 자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무엘이 초심을 잊고 오만하고 불순종하는 사울의 뒤를 이을 왕을 찾기 위해 베들레헴, 이새의 집을 방문한다. 하나님은 출중한 용모와 큰 키를 가진 이새의 큰아들 엘리압과 다른 아들들을 선택하지 않고 양을 지키고 있던 막내아들 다윗을 선택하여 머리에 기름을 붓고 축복한다.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않고 중심이 되는 마음과 생각을 보시는 분(삼상 16:7)이시기 때문이었다.
동굴에 정착한 다윗을 찾아온 사람들은 비천하고 오합지졸이었지만 그들은 다윗을 중심으로 조직몰입을 이루고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신하가 된다. 새로운 비전과 왕국 건설을 위한 몰입도가 높은 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리더가 존재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다윗은 유대 광야를 떠돌면서 신하들과 생사고락의 경험을 공유하며 위대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조직몰입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사울왕을 피해 다니는 생활에 지친 다윗은 고향 베들레헴 성문 곁의 우물물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삼하 23:15-17). 이 말을 들은 충성스러운 부하 세 명은 블레셋 군이 점령하고 있던 베들레헴에 들어가 우물물을 물통에 채우고 다윗에게 가져다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윗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의 피 값으로 구해온 물을 내가 마실 수 없다고 선언하고 그 물을 하나님께 드린다. 더 나아가 “여호와여 내가 나를 위하여 결단코 이런 일을 하지 아니하리이다.(삼하 23:17)” 선언한다.
다윗은 사울 왕처럼 논공행상에 따른 보상과 처벌이라는 전통적인 조직몰입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윗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통해 조직몰입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첫째, 다윗과 그의 신하들은 고난과 성취의 과정을 함께 경험했다. 둘째, 그들은 하나님 중심이라는 문화를 공유했다. 셋째, 다윗은 위기상황에 처할 때마다 목동이었던 청소년 시절 터득한 기술과 지혜를 활용했다. 블레셋 군대의 거인 장수인 골리앗을 물맷돌 기술로 물리친다. 맹수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발휘했던 용맹함과 지략으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다윗은 열악한 물리적 환경에 따른 경험을 구성원과 함께하고, 여호와 중심의 문화를 공유하고, 지략과 기술을 통해 위대한 왕국을 이룬 것이다.(다음 회, 성경 속의 ESG 지속가능금융)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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