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러 곡물협정 중단, 국제 곡물가 최대 15% 상승” 경고

김상도 2023. 7. 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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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선물가격 6%↑… UN, 러 곡물협정 복귀 촉구
EU, 우크라이나産 곡물 전량 육로로 우회 수출 추진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다뉴브강 인근의 우크라이나 수출항 레니의 곡물창고가 처참하게 파괴돼 있다. ⓒ 트위터/뉴시스

러시아의 흑해 곡물수출협정 파기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로 국제 곡물가격의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항인 오데사항에 이어 다뉴브강 유역의 선박 물류시설을 잇따라 대규모 공습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산 수출 차질로 국제 곡물가격이 최대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로 국제 곡물가격이 10~15%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흑해 곡물협정은 지난해 전 세계에 충분한 곡물을 공급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협정 파기로) 이런 시스템이 이제 역으로 작용해 식품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이날 밀 선물 가격(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8%가량 상승해 부셸(약 27.22㎏)당 7.76달러까지 급등했다. 러시아가 곡물협정을 중단시킨 직후인 지난 17일 6.5달러에 비해선 18%가량 오른 것이다.

이날 옥수수 선물가격(12월 인도분)도 부셸당 5.71달러까지 오르면서 하루 새 5.7%나 상승했다. 미 소맥 선물가격도 전날보다 8.6% 급등한 부셸당 757.50센트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해상 물류 중심지 오데사항을 공격한 데 그치지 않고 내륙 수운거점인 루마니아 접경 다뉴브강 인근 오데사주 레니까지 때리며 전방위 물류 차단에 나선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쟁 중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상대방 곡물수출을 허용하기로 흑해 곡물협정을 맺었다. 이 덕분에 3300만t 가까운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돼 국제 곡물가 안정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수출에 대한 제재가 안 풀렸다며 지난 18일 일방적으로 협정종료을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는 1주일 이상 오데사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물류시설에 미사일을 퍼붓고 있다. 23일엔 러시아의 오데사 공습으로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고 24일엔 다뉴브강 유역의 선박 물류시설도 공습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11일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더욱이 이날 4시간에 걸친 러시아군의 무인기의 공습으로 레니의 곡물창고 세 곳 등이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레니항에 있던 루마니아 선박 6척은 루마니아 쪽 강둑으로 대피해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우리 국토와 가까운 곳에서 민간 인프라를 공격한 러시아를 규탄한다”며 “이번 사태는 세계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레니 등을 통해 다뉴브강을 이용해 매달 200만t가량의 곡물을 수출해왔다. 미콜라 고르바세우 우크라이나 곡물협회장은 미국의소리(VOA)에 “현재 도로·철도와 강을 통해 전쟁 전 수출량의 절반가량인 월 350만t의 곡물을 수출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선과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루마니아 접경지대까지 러시아의 공격대상이 확대됐다. 보복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를 동원해 모스크바를 공격하는 등 전쟁의 양상이 전방위 테러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식량시장에 미칠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우회수출로 확보에 나섰다.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EU 농업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을 거의 전량 ‘연대회랑’을 통해 수출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연대회랑은 동유럽 EU 회원국을 거쳐 육로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운반하는 일종의 우회수출로다. 지금까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량의 60%가 연대회랑을 거쳐 수출됐지만 러시아 위협이 가중되면서 그 비중을 늘리겠다는 게 EU 구상이다.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게 아니라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에 흑해 곡물협정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이 나의 최근 제안에 따라 흑해곡물협정 이행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가 효과적인 해결책을 위해 단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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