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인도·브라질·남아공에 우주정거장 공동연구 제안
러시아 정부가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BRICs·브릭스) 등 신흥 경제 5개국에 우주정거장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브릭스와의 '우주 동맹'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족한 자금 등을 조달해 옛 소련 때부터 이어져 온 '우주 강국'의 아성을 지키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과 CNN에 따르면 전날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연방 우주국(로스코스모스) 사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허매너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브릭스 회원국들에 현재 계획 중인 우주정거장 모듈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우주 개발 협력을 종료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 공동 운영에서도 발을 뺐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인 'ROS(Russian Orbital System)' 건설 계획을 밝혔다. 2027년 첫 모듈을 발사해 2028~2030년 사이 나머지 4개 모듈 발사를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 브릭스 회원국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해온 러시아는 이 우주정거장 모듈 건설에 브릭스 회원국들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보리소프 사장은 "나는 브릭스 파트너 국가들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함께 완전한 모듈을 제작하는 방안을 제의한다"며 "브릭스 외에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그들만의 자체 모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 동맹' 손 뻗은 러시아
브릭스에 대한 구애는 우주 강국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재 러시아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해 4월 러시아와의 우주 협력 중단을 발표하며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 사업에서 손 떼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우주국과 함께 발사하려던 화성 생명체 탐사를 위한 '엑소마스'도 협력이 중단됐다. 당시 드리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 우주국 사장은 "유럽우주국이 맡았던 달 탐사선 부품은 우리(러시아)가 제작할 수 있다" "그들과의 협력 중단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지난 2021년 국제달연구기지(ILRS)를 2035년까지 건설하겠다고 합의했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중국 주도'라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러시아로서는 마뜩잖은 부분이다. 우주 협력 구조가 흔들리는 와중에 지난해 12월,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러시아 우주선 냉각수 누출 사고는 러시아 우주 산업에 상처를 남겼다.
시장조사업체 유로 컨설턴트의 맥심 퓌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주 프로그램이 부실한 실행, 낮은 자금 조달, 열악한 품질 관리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이 같은 배경이 브릭스 국가에 구애하게 된 계기라 분석했다. 보리소프 러시아 연방 우주국 사장도 최근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주 강국으로서 뒤처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가 특히 공을 들이는 브릭스 회원국은 인도이다.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2024년까지 ISS에 인도 우주인을 보내는 등 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증진키로 하는 것이다.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인도의 마음을 돌리는 게 러시아로서는 급선무인 셈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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