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대놓고 '마약판매' 도배…좌표로 찍힌 관공서 홈피, 왜
“대마초 구입방법(텔레그램:XXXXXX)” “케타민 가격 정품 판매 텔레그램 XXXXXX”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도로교통공사의 A 자회사 홈페이지에는 최근 마약을 판매하겠다는 홍보 글 266건이 올라왔다. 고객의 불만과 고충을 듣겠다는 게시판이었지만 고객의 목소리는 5건뿐이었다. 마약 판매상에 점령당한 게시판에서는 대마, 필로폰, 케타민, LSD 등 다양한 마약이 홍보됐다.
게시판에 적힌 텔레그램 주소로 접속해보니 필로폰 0.5g을 40만원, 1g을 70만원, 2g을 120만원에 판매했다. 5월부터 올라온 마약 판매 글은 지난 5일까지 이어졌지만, A사 관계자는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 A사 측은 뒤늦게 “삭제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다크웹에서 은밀하게 거래하던 마약이 관공서 홈페이지로까지 홍보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가 뜸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판매 마약 종류와 텔레그램 주소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마약의 환각효과를 각성효과, 집중력 상승 등으로 포장·왜곡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마약 판매 글은 다양한 홈페이지에 분포돼 있었다. 서울의 한 구립노인요양센터 자유게시판에는 지난해 10월 마약 판매 글이 처음 등장했다. 26일까지 최다 조회 수는 1107번, 게시글은 총 78건이었다. 요양센터는 중앙일보 취재 이후 관련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요양센터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직원이 없다 보니 관리가 부실했다”며 “마약 판매 글이 떠돌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사립대학인 B대학 자유게시판에도 10여건의 마약 판매 글이 올라왔지만,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마약 판매상은 이 밖에도 중소기업, 사회공헌재단 등의 자유게시판을 노려 마약을 홍보하기도 한다.
마약 판매상에 좌표를 한 번 찍히면 마약 판매 글은 수없이 반복된다. C사립대학의 한 연구센터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초부터 마약 판매 글이 게시된 올라왔다. 홈페이지 관리자는 학생의 신고로 자유게시판에 게재된 마약 판매 글을 삭제했지만, 마약 홍보가 끊이질 않자 결국 자유게시판을 통째로 폐쇄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게시판 마약 게시글까지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판매 홍보만으로도 처벌은 가능하다”면서도 “마약범죄는 급증하고 있지만,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방치된 게시판 글까지 일일이 단속하며 삭제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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