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형제, 간단한 문제 아냐…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유력 검토방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등으로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 여론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6일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형제는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장관은 "사형제는 외교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결정 이후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한 장관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형법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조모씨(33)에 대해선 "미국 등 선진국 총기 난사 사건에서 자주 보이는 '외로운 늑대' 사례"라며 "기본권 제한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방어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로운 늑대는 특정 조직 없이 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범행을 예측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테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테러보다 어렵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 출석 과정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이 검찰 회유로 오락가락한 것'이란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북한에 수십억 뒷돈을 준 범죄혐의를 밝혀내서 기소했고 재판이 빨리 진행된 부분은 이미 유죄판결이 나기까지 했다"며 "현재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등 추가 관련자가 있는지에 대해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기 편에 불리한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검찰청에 몰려가서 드러눕고 영치금 보내기 운동도 하고, 성명서를 내고, 가족 접촉하고 면회해서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박하는 행태"라며 "대한민국 역사상 다수당이 자기 편 진술을 뒤집어 보려고 장외에서 무력 시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자기 편 대상 수사를 방해하려는 행위는 해선 안 될 행위이고 성공할 수도 없다" "이런 것을 막는 게 법무부 장관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 검찰이 반인권적·조작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 등이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선언' 제안을 두고도 "만약 본인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올라간다면 그걸 가결시킬 것이냐 부결시킬 것이냐, 이거 아주 단순한 이야기 아닌가"라며 "그냥 특권을 포기하기 싫으면 그렇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