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반등하고 대출 규제 완화까지…줄어드는 ‘역전세’ 우려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며, ‘역(逆)전세난’ 경고등이 울렸던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하면서 역전세난에 처한 임대인의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역전세는 2년 전 전세계약 때보다 전셋값이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의미한다.
26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 전세계약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6%(2만2건 중 9930건)가 1분기(1~3월)보다 오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해당 기간 동일 단지, 면적과 층에서 한 건 이상 전세계약이 체결된 2만2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은 전셋값 상승 거래 비율이 50.8%(7182건 중 3647건), 경기는 49.2%(1만1039건 중 5429건), 인천은 48.0%(1781건 중 854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KB부동산의 이달 전셋값 전망지수는 이달 100.8을 기록, 14개월 만에 다시 100선을 회복했다. 이 지수는 KB부동산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전셋값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기준인 100 이상이면 상승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줄고,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3만2238건으로 한 달 전(3만4576건)보다 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9.0%(4만1194→3만7520건), 인천은 8.4%(9830→9012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07% 상승해 9주 연속 올랐다. 실제 전세 거래가 많은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최근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전세10억원에 계약됐다. 이 평형 전셋값은 올 초 6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다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전셋값 하락 폭이 컸거나 역세권 인근 등 주거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저가 매물이 소진된 후 상승 거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이날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1년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회복세에 대출 규제 완화로 역전세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낮아진 가격 부담에 신규 전세수요가 유입되고 있고, 이전 대비 높은 가격의 거래 사례도 늘면서 전셋값 반등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여기에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효과가 더해지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역전세 위험 수위는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지원이 되면 전세금 반환이 가능한 집주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역전세난의 사전 징후로 볼 수 있는 ‘급매물’도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날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직전 거래가보다 1% 이상 상승한 가격에 거래된 건은 전체의 51.9%로 집계됐다. 상승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2021년 11월(52.85%) 이후 19개월 만이다. 상승 가격에 거래가 많다는 것은 급매물이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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