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감독 "영화의 개념 바뀌는 시대…잘 적응해야죠"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류승완 감독이 올해 여름 극장가 기대작 중 가장 먼저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밀수' 작업 과정을 전하며 관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밀수'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한다.
2021년 코로나19 여파가 크게 미쳤을 당시 '모가디슈'를 극장 개봉하며 영화계에 숨통을 틔워주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던 류승완 감독은 "2년 전 시장을 우리가 다시 돌이켜보면, 저녁 7시 이후에는 티켓 판매가 안됐던 상황이었다. 좌석도 띄어앉기를 했었고, 극장 관객이 3분의 1 정도 수준에서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그 때는 진짜 우울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는 상황에서 극장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이 우울했는데, 감사하게도 '모가디슈'를 보고 호응을 많이 해주셨었다"고 말을 이은 류승완 감독은 "만약 '모가디슈'가 아주 유머가 풍부하고, 객석의 반응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였다고 한다면 아마 그때 개봉을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모가디슈'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은 저희를 좋게 봐주시고 표현해주신 것 같다. 개봉이라는 것이 감독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영화 일을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그 때는 우리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 싶은 마음이었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2년 뒤 '밀수'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여름에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특별히 총대를 멘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렇게 여름에 개봉하게 됐다. 여름 시장의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 계절에 맞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에서 여름에 관람하셔야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떻게 보면, 이미 혹독했던 시기에 개봉을 한 번 겪고 나니 '이거보다 나쁘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넉살을 부렸다.
'밀수'는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프로듀서가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방문했던 소도시의 박물관에서 19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 관한 자료를 통해 모티브를 얻으며 지금의 영화로까지 완성될 수 있었다.
군천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들을 담기 위해 수심 6m 수조 세트를 준비하고, 해녀를 연기한 김혜수와 염정아 등 배우들은 3개월 간의 수중 훈련을 통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갔다.
류승완 감독은 "제가 수중액션을 찍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이 영화를 찍으려고 결정했던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할 것이다. 제가 액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 않나. 만들다 보면 시대와 공간, 인물 등 여러가지를 바꿔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물 속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펼친다는 것은 저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새롭더라"고 남다른 도전 의식이 생겼었음을 얘기했다.
"제 시선에서 해녀들은 거의 초능력자에 가까운 사람들이다"라고 웃어 보인 류승완 감독은 이어 "실제 해녀 분들의 잠수 기록만 봐도 놀랍고, 어떻게 보면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어떤 능력의 임계점을 벗어나버리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액션을 펼친다면 뭔가 새로운 서스펜스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물 속에서의 액션은 지상과는 또 다른 움직임들이 생기는 부분이 있어서, 이전에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액션들을 찍을 수 있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수중액션의 구상과 실제 촬영까지는 전 국가대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 출신인 김희진 코치의 도움을 받고, 무술 감독과 논의를 거듭하며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장르적인 특성상 '밀수'라는 제목에서부터 벌써 연상되는 것들이 있지 않나"라고 웃어 보인 류승완 감독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겠다 싶었다. 코치님, 무술 감독과 함께 물 속에서 가능한 움직임과 안되는 것들. 그리고 더 극대화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얘기했다. 영화 속에 나온 춘자와 진숙이 물 속에서 크로스를 하는 장면이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었었는데, (같이 의견을 나누다보니)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크로스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 '모가디슈' 때도 그랬지만, 해보지 않은 것을 할 때는 끊임없는 테스트와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중과 지상을 오가며 펼쳐지는 액션신은 물론,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를 통해서도 평소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들을 녹여보고자 했다.
류승완 감독은 "진숙(염정아 분)의 아버지가 '먹고 살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말을 하는데, 그 부분은 '밀수'를 만들면서도 제가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 대사는 지금 제가 살아가면서 저 스스로한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더했다.
이어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 용인할 수 있는 임계점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되지 않나. 요즘의 제게 있어서 영화를 만들 때 저를 가장 괴롭히는 부분은 현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부분이다"라고 생각에 잠겼다.
류승완 감독은 "저는 그게 굉장히 괴롭더라. 현장 특성상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쓰레기 문제가 신경이 쓰여서 저희 현장에서는 식판으로 밥을 먹고 그 식판의 설거지를 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다. 화약 특수효과 같은 것도 영화에서는 꼭 필요한데, CG로 하자니 작품이 엉성해지고 또 사용을 하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그런 것도 다 걱정이 됐다. 완성도를 위해서 다들 모두 자기 영역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최대치를 가려고 하는 것인데,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일찍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즐거움'을 언급해왔었던 류승완 감독은 "드라마 연출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밝혔다.
"제가 영화만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오해다. 전 언제라도 열려 있다"라며 넉살 좋게 말을 이은 류승완 감독은 "이를테면 '여명의 눈동자'나 '태백산맥', '토지' 같은 작품들을 보면, 그 서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들이 있지 않나. 그것은 극장용 영화에서 3~4시간을 준다고 해도 소화가 안될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는 당연히 긴 호흡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맞고, 만약 제가 그런 서사를 다루고 싶다고 한다면 당연히 할 것이다. 아직은 그런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놓칠 수 없는 삶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드라마, OTT 시리즈 연출) 제안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아직까지는 제가 극장용 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도전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 지금의 제 마음이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들을 떠올린 류승완 감독은 "전통적인 의미로서 영화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이지 않나 싶다. 지금은 그 개념이 바뀌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영화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영화가 바뀐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받아들이는 영화의 개념이 바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 아닐까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어 "저는 영화라는 것에 대해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기준으로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그건 만드는 사람의 기준이지 관람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아니지 않나. 이미 시대가 바뀌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체험형 영화'라고 하면서 계속 극장에서 체험을 한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사운드 시스템 같은 것들이 어떻게 발전할 지 모르는 상황이니 저도 미래가 궁금한 마음이다. 앞으로 잘 적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얘기했다.
2년 만의 신작 개봉으로 긴장된 여러 복합적인 마음 속 영화를 향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류승완 감독은 "아직 긴장 상태다"라고 쑥스럽게 웃으면서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의 기분이 좋아야 좋은 것 아닌가. 시사회 때의 반응과는 또 다를 수 있으니, 앞으로의 반응을 잘 지켜보려고 한다"며 '밀수'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조심스레 함께 당부했다.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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