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1st] 역시 어려운 월드컵… 벨 감독의 '특기' 전술 카드도 통하지 않았다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콜린 벨호의 전술적 유연성이 콜롬비아전에선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25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2023 호주, 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콜롬비아에 0-2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 몇 차례 슈팅을 날리며 잘 맞섰는데, 전반 30분 페널티킥 상황에서 카탈리나 우스메에게 첫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예기치 못한 첫 실점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실점까지 나왔다. 전반 39분 18세 콜롬비아 신예 공격수 린다 카이세도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를 지나쳐 골라인을 넘어갔다.
전반전 2실점을 내줬으나 포기하긴 이른 시점이었다. 벨 감독은 후반 전술 변화를 통해 반격을 노렸다. 최근 비슷한 패턴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았다. 지난 4월 잠비아와 첫 번째 평가전 당시 대표팀은 전반전 선제골을 넣은 뒤 연이어 실점을 내줘 1-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그러자 벨 감독은 장신 공격수 박은선을 투입하며 전형을 3-4-3에서 4-3-3으로 바꿨다. 이 선택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제공권을 장악한 박은선은 후반 13분 이금민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종료 직전 직접 골망도 흔들었다. 그 외에도 2골이 더 터져 한국은 5-2 역전승을 따냈다.
출정식 경기였던 이달 초 아이티전 때도 양상이 비슷했다. 전반 16분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 상대가 활발한 공격을 이어가자 벨 감독은 '추효주 시프트'를 시도하며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윙백이었던 추효주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해 아이티 공격의 핵심이었던 공격형 미드필더 멜시 뒤모네를 전담마크했다. 중원에 힘이 더해지면서 상대 공격의 위력은 감소했고 우리 중원의 핵심인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이후 조소현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지소연이 동점골로 연결했고 장슬기의 중거리 원더골까지 나오며 한국이 승부를 뒤집었다.
벨 감독은 콜롬비아전 후반에도 이전에 효과를 봤던 포백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신체 조건이 좋은 상대 공격수 마이라 라미레스를 전담마크하던 추효주가 윙어로 올라갔고 이금민이 최전방 공격수, 지소연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다. 중원은 공격수 최유리가 내려가 메웠다.
변화를 준 이후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벨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모두 공격적인 카드였다. 후반 23분 공격수 손화연과 미드필더 조소현을 빼고 공격수 박은선, 강채림을 투입했다. 전형은 최유리가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4-1-4-1로 바뀌었다. 10분 뒤 최유리를 불러들이고 A매치 경험이 없는 2007년생 공격수 케이시 페어도 내보냈다. 후반 42분에는 최유리의 자리를 메우러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갔던 추효주를 빼고 공격수 문미라까지 넣었다.
전술 변화에 더해 대부분의 공격 자원을 투입했음에도 한국은 유효타를 날리지 못했다. 수치 면에선 오히려 전반보다 저조했다. 전반전 슈팅 5회, 유효슈팅 3회를 시도했는데 후반에는 슈팅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했다. 점점 조급해지면서 후반 패스 성공률은 55%로 떨어졌다. 추가 실점까지 내주진 않았으나 날카로운 역습으로 대응한 콜롬비아에 후반 10차례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다.
월드컵 무대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한국이 평가전을 통해 상대했던 잠비아, 아이티도 본선 무대에 오른 만만치 않은 팀들이지만 H조 상대들은 최근 주요 대회에서 실적을 낸 팀들로 구성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독일은 최근 여자 유로 준우승국이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도 꼽힌다. 콜롬비아(25위)와 모로코(72위)는 한국(17위)보다 FIFA 랭킹은 낮아도 경쟁력이 입증된 팀이다. 두 국가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열린 각 대륙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중 가장 먼저 만난 콜롬비아는 평가전 상대들보다 더 빈틈없는 경기력으로 한국의 반격을 무력화하며 수치로 평가된 전력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로 여겨졌던 콜롬비아전 패배로 상황이 복잡해졌으나, 여전히 16강행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전 대회 중 한국이 유일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2015 캐나다 월드컵 때도 첫 경기를 패한 뒤 2, 3차전에서 1승 1무를 거둬 조 2위에 오른 바 있다.
한국 역시 앞서 높은 경쟁력을 선보인 팀이기도 하다. 다른 H조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아시아 대륙 대회,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팀이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오늘 보여준 것보다 더 좋다"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국은 30일 오후 1시 30분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H조 2차전을 치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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