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XX 벌려" 총구 넣고 방아쇠 당겼다…해병대 뒤집은 가혹행위
“아XX(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벌려라. 안 벌리면 죽여버린다. XX야.”
2021년 1월 5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한 해병대 위병소. 선임 A씨(20대)가 근무 중이던 후임에게 한 말이다. 그는 후임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방탄 헬멧을 붙잡았다. A씨는 후임이 입을 벌리자 소지하고 있던 가스발사총 총구를 입 안에 넣었다. 5차례 방아쇠를 당기며 위협했다. 다행히 탄창은 비어 있었다.
한달 뒤인 그해 2월 중순 같은 부대 해병대 생활관에서도 A씨는 다른 후임 입을 벌리게 했다. “나 때는 이런 것도 먹었다. 아~”라고 말하면서다. A씨가 후임 입 안에 1회 짜 넣은 것은 펌프형 손 소독제였다고 한다.
이는 최근 선고된 1심 판결문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A씨 범행 중 일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제4형사부(장유진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직무수행군인등특수폭행, 직무수행군인등특수협박, 위력행사가혹행위, 강요, 특수폭행, 폭행, 협박 등 총 7개 혐의가 적용됐다.
눈앞 5㎝서 총구 겨눴다…무서워 달아난 후임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후임 2명의 눈·명치·이마 등에서 5~30㎝ 거리에 가스발사총 총구를 겨눈 채 수차례 격발하는 방식으로 위협했다. 탄창은 비어 있었었지만, 언제든 탄약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는 위험한 행동으로 판단했다. 이 가스발사총은 공포탄ㆍ고무탄ㆍ가스탄을 장전하는 리볼버식으로, 가스분사기와 달라 가까운 거리에서 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실제 한 후임은 근무 중 A씨가 이처럼 총구를 겨누고 협박하자 “(무서워서) 위병소를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A씨가 총을 갖고 놀다가 방아쇠를 당겨 손을 다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 범행은 부대 생활관에서도 계속됐다. 피해 후임 머리를 박게 한 뒤 손과 발로 폭행했다. 알루미늄 재질 목발이나 각목으로 엉덩이 부위를 때리기도 했다.
범행 이유는 “아무 이유 없이…심심해서”
50여 회에 걸친 A씨 범행 중 절반 이상은 “아무런 이유 없이”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후임이 재밌게 해주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다’ ‘심심해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총을 겨누고 장난친 적은 있으나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총구를 입 안에 넣거나, 격발한 적은 없다”는 취지였다. 이어 “머리 박아”라고 시킨 적은 있지만, 피해자들이 머리를 박는 시늉을 하면 “알았다”고 하면서 그만두게 했다고 항변했다. 손 소독제도 피해자가 스스로 입에 묻힌 것이지 A씨가 눌러 짠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난이었다”라는 A씨 측 말에 재판부는 “장난을 하는 사람만 즐거운 행위는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임병 지위를 이용해 후임병 6명에게 장기간 폭행하거나 가혹 행위를 했다”며 “일부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받고 있는데도 피고인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거나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과 A씨 양측 모두 항소했다.
포항·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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