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춧값 한 달 새 5배↑”...외식업계, 치솟는 농산물 가격에 발만 동동

임유정 2023. 7. 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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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비자 덩달아 ‘한숨’…“9월도 문제”
정부, 도매시장 출하장려금 지원‧할인지원 확대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갈비집의 모습.ⓒ임유정 기자

“죽을 맛이죠, 뭐.”

26일 오후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 위치한 고기집에서 만난 사장 A(50대)씨는 “요즘 장사 좀 어떠냐”고 묻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코로나 때와 같이 장사할 환경은 여전히 안 된다”며 “버티는 것 밖에 답이 뭐 있겠냐”고 고개를 저었다.

오랜 고생 끝에 자리 잡아 단골도 제법 늘고 유명한 연예인의 ‘인생 맛집’이라고 알려지면서 밤 낮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지만, 최근 물가상승이라는 파고를 넘긴 어려웠다. 에너지요금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는 “가뜩이나 여름철 고기집은 비수기인데, 매해 여름마다 폭우로 인해 농산물 가격까지 치솟아 골치가 아프다”며 “여름 채솟값이야 원래 비싸다곤 하지만, 올해처럼 금값인 적도 없었던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상 기후로 농산물 출하량이 급감하며 농작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8만7340원(4㎏)으로 불과 한 달 전(1만9305원)보다 무려 352.4% 뛰었다.

축산 농가도 피해를 입어 육류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주 돼지고기 목살(100g)과 삼겹살(100g)의 유통 업체 평균 판매 가격은 각각 3704원, 3853원으로 2주 전보다 4.5%, 7.1% 상승했다.

당분간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장마가 끝나더라도 폭염과 태풍 가능성이 있고 9월 추석 연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폭염·폭우에 이어 9월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에 상륙해 채소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가게 운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치솟은 데다, 인건비에 구인난 까지 겹쳤다. 코로나 사태부터 이어진 부채에서 비롯된 이자도 현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절규 섞인 목소리다.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B씨는 “여름철에는 손님이 있든 없든 항상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해 놔야 손님도 들어오기 때문에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더욱 높아진다”며 “물가 상황에 맞게 메뉴 가격이라도 조정하면 좋지만, 그렇게 하면 외식업은 손님이 빠진다”고 씁쓸해 했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야채코너에 야채들이 진열돼 있다.ⓒ임유정 기자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1시께 인근에 위치한 전통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으나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시설이 없는 공간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화곡본동시장에서 20년 동안 채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C씨는 “상추 한 근에 2000~30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6000~7000원 한다”며 “물건이 없으니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채소 가격은 추석까지 떨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D씨도 “손님들이 사가는 반찬 품목은 지난해와 비슷한데, 뭘 찾든 조금씩 덜 찾는다”며 “지난해보다 원재료값은 다 올랐는데 매출은 적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매출 20~30%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시장에 장을 보러온 이들도 한숨 쉬긴 매한가지였다. 과일과 채소, 생선 등 식탁에 올릴 만한 음식값이 모두 치솟은 탓이다. 가게 매대 앞에 서서 상품을 이리저리 들어 가격을 확인했다가 다시 내려놓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26일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화곡본동시장의 모습.ⓒ임유정 기자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트 한 가득 물건을 담았던 이전과 달리 계산대에 늘어선 카트는 보이지 않았다.소비자 상당수가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했다. 많은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니 카트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다.

판매원 E씨는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고 갑자기 손님이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선도가 약간 떨어진 세일상품이나 두부, 콩나물 같은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가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소비자는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채소 매대에서 양배추를 고르고 있던 주부 F씨는 “잎채소들로 반찬이나 국을 끓여보려고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요즘엔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서둘러 물가 안정을 위한 각종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농식품부는 직접적인 침수 피해 및 일조량 부족에 따라 출하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한 상추 등 시설채소에 대해서는 피해 농가에 대한 조기 재정식 및 약제 지원을 한다.

특히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 농산물에 대한 운송비·수수료 등 출하장려금을 지원해 생산량 증대 및 도매시장 출하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상추의 경우 다음달 30일까지, 애호박·오이·깻잎의 경우 다음달 6일까지 출하장려금을 지원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상추 등 시설채소류를 중심으로 당분간 높은 가격이 예상된다. 다른 농축산물의 수급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나 폭염 등 기상여건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축산물 수급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시설채소에 대한 출하장려금 지원, 배추․무 비축물량 적기 방출, 할당관세 조기 도입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가격이 상승한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자 할인 지원을 확대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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