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건강]자해는 도움 요청 신호…열린 마음으로 듣고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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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행복한데도 말이야혼자 자주 울어. 팔을 그어가며 분노를 삭히는 것도 말이야." 한 10대의 래퍼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렀던 노래이다.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스스로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동을 '자해'라고 이야기한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는 것 또한 그중 하나다.
어떤 경우는 자해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맞춰주거나 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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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행복한데도 말이야혼자 자주 울어. 팔을 그어가며 분노를 삭히는 것도 말이야.” 한 10대의 래퍼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렀던 노래이다.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스스로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동을 ‘자해’라고 이야기한다.
자해는 보통 10대, 특히 12~14세 무렵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자해가 새로이 생겨난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진료실에서도 자해를 했거나 하는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해가 그 사람에게 갖는 의미가 다 다르다. 자해라는 한가지 단어로 통칭하여 그 행동을 이해하려 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자해는 많은 오해를 받는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는 것 또한 그중 하나다. 실제로 관심을 끌기 위해 자해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전체 자해의 4% 미만에 해당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주된 이유는 아니다. 자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 행동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래의 압박으로 자해를 한다는 말도 있다. 또래나 SNS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는 자신도 힘들어서 자해를 하고 그런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자해는 왜 하는 걸까? 단순한 질문 같지만, 자해를 하는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말하고 싶지 않아서 하는 대답인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잘 모르겠어서 하는 대답일 때가 더 많다. 자신이 한 행동이지만 그 순간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혼란스럽고 모든 게 엉망이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적 고통을 육체적인 고통으로 바꿔서 마음의 편안함을 찾기 위해서이다. 자기 자신이 미워서 스스로를 벌주기 위해서 할 때도 있다. 또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하기도 한다. 역설적이지만 죽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주변에 자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고 답답하다. 특히 가족이 그렇다면 놀란 마음에 격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 왜 소중한 몸에 상처를 냈냐 든지, 당장 그만하라든지, 혹은 울거나 화낸다든지 하는 경우들을 본다. 어떤 경우는 자해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맞춰주거나 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급작스러운 말과 행동 보다는 공감하는 태도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비판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져보자. 상대방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심문하듯 질문하기보다는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리고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자해한 사람이 전문적인 도움을 구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자해한 당사자는 스스로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음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자해를 생각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자해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해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꼭 전문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이태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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