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폭주하는데... 존재감 없는 민주당

신상호 2023. 7. 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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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 징수 이어 KBS 이사장 해임까지 추진, 거대야당 존재감은 어디로?

[신상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항의방문, 발언하는 김효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다. 2023.7.5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에 이어 KBS 이사장 해임까지 착수한 가운데 이를 견제할 야당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 기관으로서 제대로 견제 못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KBS 측에 남영진 KBS 이사 해임 건의 절차가 진행된다고 통지했다. 방통위는 KBS 측의 의견 제출도 함께 요청했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이 "KBS의 방만 경영을 방치하고, 불법적 행위로 구속된 이사의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키고, 경영 평가 내용에 부당 개입하는 등 선관(선량한 관리자)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남 이사장 해임을 통해 KBS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권 측 4명, 야권 측 6명 구도로 형성돼 있다. 해임된 윤석년 이사(야측)의 자리는 아직 비어있다. 이런 가운데 남 이사장의 해임이 이뤄지면 여권 측에선 2명 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사회 구도는 여권 측 6명, 야권 측 5명 구도가 된다.

이사회가 과반이 되면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 방통위는 언론 현업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 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현 위원(민주당 추천)의 반발에도 김효재 방통위 직무대행(부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행령 의결을 강행했다.

이처럼 방통위의 유례없는 폭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지난 6월 22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민중당 등 4개 야당이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공대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를 찾아 TV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의 효력 정지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 말고는 눈에 띄는 성과나 활동이 없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의 경우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만큼, 국회 상임위를 열어 따져볼 수 있는 문제지만 상임위조차 열지 못했다. 방통위 전체회의 당일 야당 의원들이 김효재 직무대행 사무실을 항의 방문한 것 정도가 전부다.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들이 김효재 직무대행을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분리 징수 시행령에 반발해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 1명보다 거대 야당이 존재감이 못하다는 평가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60석이 넘는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에서 정말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투쟁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의원이 없는 것 같다"라면서 "거대 야당이 수가 많은 집단일수록 전투력은 상실된다는 숫자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이어 "수신료 분리 징수의 경우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문제인데도 총선과 관련 없으니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야당 자체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반 국민들은 관심이 없으니 결국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내년 총선 때문에 여러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수신료 문제는 민주주의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표가 되느냐 아니냐를 보는 것 같다"라면서 "민주당 정부 때 방통위 구조를 개혁하지 못 하니까, 정권이 바뀌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공영방송 문제를 포함한 언론 현안들이 양당의 정치적 대립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구조로 비치는 상황을 깨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라면서 "국회는 방통위원 사퇴 이후 후임 추천을 거부하고, 방통위를 완전한 독립기구로 변화시킬 수 있는 틀을 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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