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승절 중·러 초청…김정은 "단결 역사 계승될 것"

정영교 2023. 7. 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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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6·25전쟁 정접협정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 능을 방문해 헌화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사묘와 중국군묘 참배로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7월 27일) 기념 행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는가 하면, 중남미의 반미(反美) 3국 중 하나인 니카라과 정부와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진영외교에 나선 모양새다.


'북·중 혈맹' 강조한 김정은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25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중국군) 열사 능과 평양시 중심부인 서성구역에 위치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참전 열사 묘를 찾았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중에서 중공군 열사 묘역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김정은이 꽃송이를 진정하는 등 경의를 표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김정은은 6·25전쟁 참전 열사 묘에서 "7·27의 기적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특출하고도 열렬한 애국 위업의 승리인 동시에 침략의 원흉 미제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수치와 패배를 안기고 새로운 세계대전을 막아낸 인류사적인 대승리"라며 "위대한 연대에 발휘된 영웅 정신과 투쟁 본때를 계승해나갈 때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정접협정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 능을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주요 간부들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중공군 묘역에서도 "우리 인민의 성스러운 반제반미 투쟁을 영웅적인 희생으로 지지 성원하며 전쟁 승리에 중대한 공헌을 한 중국 인민 아들딸의 숭고한 넋과 정신은 사회주의 이념과 더불어 영원불멸할 조중(북중) 친선의 초석"이라며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 공세를 과감히 짓부숴 나가는 조중 인민 단결의 역사와 전통은 굳건히 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 관련 보도는 지난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지지도 이후 13일 만이다. 여기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조용원 비서,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등이 동행해 예우를 갖췄다.

북한이 이처럼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중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국경 봉쇄 등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며 대내외적으로 코너에 몰린 김정은 정권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정전협정 기념일에 중국·러시아 등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2013년에 진행한 60주년 기념식 이후 10년 만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머지않아 제한적으로라도 국경을 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중 혈맹을 통한 생존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8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이를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북한군 명예위병대르 사열하는 모습. 러시아는 쇼이구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전날인 25일 밤에 평양으로 보냈다. 노동신문, 뉴스1


평양 도착한 러 국방장관


또 다른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의 대표단도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 참가를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 매체들은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이 전날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쇼이구 장관이 북한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싸우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에 대한 전투적 경의와 전적인 지지를 표시하면서 열렬한 박수로 러시아연방 군사대표단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 사이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공개하면서 27개월 만에 대북 정제유 수출을 공식화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북한이 요구할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러시아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지원한 대가로 정제유 수출을 재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한 가운데 양측 모두 북·러 관계에 대한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쇼이구 장관이 방북 기간 중 북 측과 무기 지원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란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상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전날인 25일 밤 평양에 도착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평양엔 니카라과 대사관 설치


북한은 쿠바·베네수엘라와 함께 중남미의 반미(反美) 3국 중 하나인 니카라과 정부와 최근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니카라과 현지 매체인 라프렌사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권력 실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은 "우리는 우리 형제 김정은이 보낸 대표단과 만나 대사관 운영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며 "이미 평양에서 외교 업무를 수행할 사람에 대한 문서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니카라과 정부는 오르테가 현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인권 탄압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로 북한과 닮은꼴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1978년 니카라과와 수교를 하고 이듬해 수도 마나과에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5년에 폐쇄했다.

북한이 오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체결 70주년을 맞아 발행한 기념주화의 모습.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정전협정체결일을 기념해 주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뉴스1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영외교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일의 밀착에 대응해 반미 가치연대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북한에 북·러 대표단이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양국이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러는) 인접 지역은 물론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긴장을 유발하는 북한의 위협적인 불법 행동을 자제시키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권장할 수 있는 잠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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