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1036일 만에 19연패 탈출' 장시환 "마운드가 무서웠다...아내 고마워"
안희수 2023. 7. 26. 14:13
은퇴를 고민할 만큼 자괴감에 빠져 있던 지난 3년. 비로소 19연패를 끊어낸 장시환(35·한화 이글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장시환은 지난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이 3-6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한화 5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한화는 이어진 8회 초 공격에서 무려 13득점하며 역전, 16-6으로 승리했다. 장시환은 승리 투수가 됐다.
한화는 이날(25일) 8회 초 공격에서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 2위 타이기록을 썼다. 이런 폭발적인 득점보다 장시환의 승리가 더 주목받았다. 19연패를 끊어낸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패를 당한 장시환은 다음 등판에서 한 번 더 패전 투수가 됐고, 2021시즌 등판한 19경기에서 승리 없이 11패를 당했다. 이후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꿨지만, 연패를 끊지 못했다. 지난 시즌(2022)까지 심수창(현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다 연패 기록(18)과 타이를 이뤘고,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불명예 신기록'을 남겼다. 25일 키움전에서 무려 1036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장시환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 “팀이 승기를 잡은 8회 초 공격을 보면서, 지난 3년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1승이 이토록 좋은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격했다. 충혈된 눈으로 웃는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전해졌다.
연패를 끊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1년 8월 26일 고척 키움전에선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4-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구원 투수 강재민이 9회 말 동점을 허용했다.
부진과 불운이 이어지자,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장시환은 “안 좋은 기록이 이어지다 보니 항상 불안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무섭기도 했다. 솔직히 ‘은퇴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다.
가족과 선배의 격려로 이겨냈다. 장시환은 “옆에서 보는 사람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아내가 나와 결혼해서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그래도 내가 버틸 수 있도록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전했다.
18연패를 당했던 심수창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장시환은 “(심)수창이 형과 통화하며 울기도 했다. 그 심경을 아는 사람이 형밖에 없었다. 자괴감을 토로하는 나에게 ‘안 좋은 기록이지만, (감독·코치가) 그만큼 너를 믿으니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해주더라. 덕분에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장시환은 이 경기에서 흙이 묻은 팀 후배 타자 노시환 배트를 닦아줬다. 노시환은 홈런으로 화답했다. 장시환은 "내가 원래 운을 믿는 사람이다. 안 좋은 기운은 내가 다 끌어왔으니, 우리 팀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연승도 하고 싶다"라는 솔직한 바람도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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