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가맹점수수료 또 손질?…결제 늘어도 '밑 빠진 독'

이세미 2023. 7. 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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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비용 재산정 3→5년 연장 검토
“본업 수익 기대 어려운 기형적 구조”
ⓒ연합뉴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사살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지는 인하 압박, 이른바 적격비용 재산정이 계속되면서 카드 결제가 아무리 늘어도 관련 실적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카드업계는 본업인 결제부문에서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적격비용 재산정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가맹점 수수료는 1조8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29억원) 늘었다. 가맹점 수수료는 가맹 업주가 고객이 신용 카드로 결제한 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대가로 신용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결제량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구조지만 수년 째 이와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전인 2018년 7조9112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7조848억원까지 줄었고, 2021년에 7조703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는 7조4724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 보다 오히려 5.6%(4387억원) 줄어든 규모다.

반면 고객들의 카드 사용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 본업인 카드 결제 부문이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자조섞인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연도별 카드 이용실적은 ▲2020년 696조2266억원 ▲2021년 766조3578억원 ▲2022년 864조4337억원으로 3년 새 24.2%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올해 1분기 BC카드가 64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카드 3215억원 ▲삼성카드 2450억원 ▲현대카드 2397억원 ▲하나카드 1206억원 ▲신한카드 1671억원 ▲우리카드 892억원 ▲롯데카드 462억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이들 카드사 중 3개 카드사(신한‧롯데‧BC카드)에서 적자가 났다. 애플페이를 도입해 결제량이 늘어난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200억원대를 넘겼고 나머지 카드사들은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카드사들은 이같은 기형적인 구조의 원인을 2012년에 도입된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책정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12월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으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내린 바 있다. 심지어 체크카드의 경우 0.2%까지 내렸다.

때문에 업계에선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수수료를 통해 체감할 혜택이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자영업자는 수수료로 낸 금액을 세액에서 공제받고 있어 적격비용 재산정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겸 하나외환카드지부장이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이슈 등 카드업계 현안 관련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르면 3분기 중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TF는 카드수수료 원가 산정방식,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 등을 포함해 가맹점 단체 요구사항까지 살펴보고 있는데, 현재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신한·KB·현대·롯데·하나·우리·BC 등 7개 카드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아예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가맹점 수수료율과 관련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노조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간편 결제시장이 확대되면서 카드사가 지불해야 하는 관련 수수료는 늘어나는 반면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는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고객이 카드로 결제를 하면 할수록 카드사의 적자가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사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수수료율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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