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숙한 산문…포항의 작가 한흑구 수필집 『동해산문』 『인생산문』 동시에 복간
한때 우리에게는 누구라도 읽어봤음직 한 '필독 수필' 같은 게 있었다. 교과서가 주 유통경로였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같은 작품들이다.
최근 나란히 복간된 한흑구 수필집 『동해산문』과 『인생산문』(이상 득수)은 한두 세대 저쪽 수필의 추억을 일깨운다. 저자 흑구(黑鷗) 한세광(1909~1979)이 반드시 옛사람이어서는 아니다. 흑구는 평양에서 태어나 보성전문학교를 거쳐 미국에서 영문학 등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고향 평양에서 문예지 '백광'을 창간해 운영하다 광복과 함께 남하해 1948년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현대미국시선』을 펴냈고, 포항수산초급대학(지금의 포항대학) 교수를 지내며 시·소설·평론 글을 썼다. 이효석·유치환·조지훈·서정주 등과 교유했다.
『동해산문』에 실린 표제 산문 '동해산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바다는 하나의 커다란 물웅덩이다 (…) 육지 위에 물이 괴어 있는지, 물 위에 육지가 떠 있는지, 그런 것도 알아볼 필요가 없다 (…) 이 흙과 물덩어리의 동그란 지구가 흙 한 덩어리,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지 않고, 날마다 뱅뱅 돌아간다는 것이 더욱 신비스럽다."
새로울 게 없는 '발견'이겠지만, 솔직하고 반듯한 궁리가 느껴진다.
교유록에서 그린 당대 문인들은 날것처럼 생생하다. 미당 서정주의 술버릇('미당과 술과 시', 『동해산문』), 이효석의 댄디 취향('효석과 석훈', 『인생산문』)을 소재 삼았다.
『동해산문』과 『인생산문』은 일지사에서 각각 1971년, 1974년에 출간했던 책들이다. 소설 쓰는 현직 의사 김강씨가 운영하는 득수 출판사에서 오래전 절판됐던 책들을 이번에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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