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 '누적부담 낮음'이란 장애물
[김지나]
▲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는, 최근 업무뿐만이 아니라 전체 직업력을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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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A, B, C는 근골격계질환 '누적 부담'이 낮다는 이유로 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에서 기각됐다가 이후 심사에서 취소된 사례들이다.
A. □□공정 일부 작업에서 부담이 확인되나 전체 공정에서 목 부위 부담 작업이 차지하는 작업 비중이 낮고, 최근 4년간 수행한 ○○공정에서 목 부위 부담은 확인되지 않아 누적된 신체 부담은 낮음
▶️ 전체적인 부담 업무 종사 기간을 감안하면 등과 경추부의 누적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됨
B. 작업 중 어깨의 거상 동작과 어깨의 뒤틀림 등 부담 자세가 있으나 그 빈도가 현저히 낮아 약 33년간의 작업종사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어깨 부위 신체부담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
▶️ 어깨의 거상 동작과 어깨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청구인이 약 33년간 수행한 작 업내용·기간·자세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
C. 18년 2개월간 자동차 부품조립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로, (중략) 장기간의 근무력은 인정되 나 제출된 작업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중략) 순환근무 시행 등으로 퇴행성 변화를 촉진하 였을 정도의 누적 부담은 높지 않음
▶️ 신청인은 18년 2개월 동안 자동차 부품 조립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로 업무수행 과정에 서 부적절한 작업 자세에 장기간 노출되는 등 해당 부위에 누적된 신체 부담은 높은 것 으로 판단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
A는 18년간 □□공정에서 근무했고 질환 진단 4년 전 ○○공정으로 부서를 변경했다. 원처분에서는 4년간의 부담이 낮다고 해 불승인했으나, 전체 누적 부담을 인정받아 원처분 결정이 취소됐다.
B는 설비 개선 후 근골격계 부담 자세 노출 빈도가 낮다고 판단했으나, 재심사 청구에서 전체 근무 기간의 누적 부담을 인정받았다.
C는 18년 이상 자동차 조립을 하며 동일 부서 세부 공정을 로테이션했지만, 산재 최초 신청 시 지사에서 최근 2년간 업무 내용만을 조사했다. 이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여 전체 공정 부담 작업 및 전체 근무 기간의 누적 부담을 판단,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D. (도장부 약 10년, 의장부 약 6년의 근무력 중)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는 (중략) 주로 원 고가 의장부에서 수행한 작업 내용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각 상병 역시 요추 3-4번 추간판탈출증과 마찬가지로 의장부뿐만 아니라 도장부 및 의장부에서의 근무력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고법 2020.10.28.선고 2020누34478 판결)
E. "최근 원고의 작업 중 일부가 자동화되고, 적재하는 패널의 개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 나, 원고의 작업이 어깨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자세로 수행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원고가 그 이전의 작업으로 인하여 어깨에 받았던 과도한 부담에 최근의 작업에 따른 어 깨의 부담이 더해져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울산지법 2020.12.17. 선고 2019구단1514 판결)
현재 부서뿐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의 근무력 모두를 고려해야 하며, 최근 작업이 개선됐더라도 개선 이전 부과된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업무만 보고 판단하는 '누적 부담'
근골격계질환이 불승인되는 유형은 상병 미확인, 개인 질병, 누적 부담이 낮음, 이들의 중첩 등 다양하다. 재해자가 특히 납득하기 어려운 유형 중 하나는 상병과 신체 부담, 직무력이 확인됐음에도 '누적 부담'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불승인하는 경우다.
근골격계 질병의 '누적 부담'은 전체 직업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근골격계 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 상 조사요령은 질병 발생 당시 종사 작업뿐 아니라 직업력 상 해당 부위 신체 부담 업무가 확인된 경우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업내용이 변경된 경우 적어도 발병 전 1년 동안 작업내용을 상세히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재해조사 시트 작성 시 작업내용이 변경된 경우 직무 내용별로 시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 별지 재해조사 시트 매뉴얼은 작업내용 변경 시 업무수행 기간이 가장 긴 작업과 재해자가 부담된다고 주장하는 작업 각각에 대해 작성·기술하게 하고 있다. 최근 작업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빈도가 높은 근골격계 상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이 시행됐다. 이 지침은 기존 지침에 비해 일부 직종이 제외됐고, 일부 직종은 충족해야 하는 근무 기간이 늘어났으며, 주치의와 자문의 소견이 모두 일치하는 상병이어야 하고, 국세청이나 4대 보험 등으로 확인 가능한 근무 기간이 있어야지만 적용 가능하다.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모두 충족함에도 최근 업무만을 들어 부담이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불복과 취소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
판정위원에 따라 다른 기준, 반복된 확인에도 잘못된 판정은 이제 그만
한편,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서 동일 공정 동일 부위의 '신체 부담' 자체에 대한 판단이 상이한 경우가 있다.
재해자 입장에서는 '이미 같은 부서에서만 세 명이 인정되었고 근무 기간은 제가 더 긴데, 왜 부담이 낮다고 판정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무상 일부(최근) 작업 영상만 첨부하는 등의 조사 미비, 판정위원에 따라 상이한 판정 기준, 심의 회의에 보험 가입자 측 참석 등이 승인 여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상 질병 여부는 직업력, 신체 부담 업무, 연령 등을 고려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히 동일 사업장 동일 업무 및 동일 부위, 동일 직종의 '신체 부담 자체'에 대한 판단은 일관되게 해야 한다.
질판위의 자정도 필요하다. '심사위나 재심위, 법원 판결로 취소된 경우 그 결정서, 재결서, 판결문을 분석해 회의하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경우 이사장에게 법령 개정을 건의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판정사례가 반복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규정은 얘기하고 있다. 기본조사, 추정의 원칙 확인, 자문의 소견 등 이미 몇 단계에 걸쳐 직업력과 신체 부담이 명확히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최소한 잘못된 처분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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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지나 님은 공인노무사이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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