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출항한 '밀수' 언니들 폼 멋지다, 끝내준다
생계 위해 밀수에 뛰어든 해녀들의 우정
천만감독 류승완, 한국영화 여름시장 포문
더문·비공식작전·콘크리트外 6편 줄개봉
한국영화 첫 주자로 출항한 '밀수'의 어깨가 무겁다. 여름 시장에 개봉하는 한국영화 주요 신작만 6편이다. 수백억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들이 연이어 선보인다. 그 포문을 여는 '밀수'가 좋은 분위기를 형성할지 영화계는 주시하는 분위기다. 류승완이 이끄는 밀수호에 관객들은 탑승할까.
최근 만난 한 영화인은 "지난 12일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더 많은 스코어를 올리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밀수'가 여름 시장 스타트를 잘 끊어줘서 극장 분위기를 견인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수'의 관객 성적은 이후 작품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심야 시간대 상영 배치도 확대되면서 극장이 살아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생계에 뛰어든 해녀들…뜨거운 우정이 주는 카타르시스
영화 '베를린'(2013) '베테랑'(2015) '군함도'(2017) '모가디슈'(2021)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극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때도 '모가디슈'로 361만명을 모은 천만 감독의 저력을 과시한 바. 일찌감치 7월말 개봉을 확정하면서 호기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류 감독이다.
감독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밀수'는 배우 김혜수·염정아가 중심을 잡고 조인성·박정민·고민시·김종수 등이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펼치는 캐릭터 플레이가 빛나는 영화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들이 생계를 위해 밀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1970년대 군천이 배경이다. 이는 전라도 군산과 순천을 연상시킨다. '밀수'를 제작한 외유내강의 조성민 부사장은 영화 '시동'(2019) 프리프로덕션 당시 로케이션을 위해 찾은 군산의 한 박물관에서 1960~1970년대 해녀들이 금괴 다이아몬드를 밀수한 기록을 보고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당시 해녀들은 생필품을 밀수하기도 했다.
소재가 흥미롭다. 시원한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신과 음모, 의리와 사랑 등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밀수'는 다르다. 해녀들의 뜨거운 의리를 멋지게 그린다. 사투리도, 쓸데없는 허세도 없지만 끝내주게 멋있다.
175억을 쏟아부은 여성 투톱 영화를 여름 텐트폴 시장에 선보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존이 남성 버디무비는 누아르 장르에서 꽤 소비돼왔지만, '밀수'는 버디무비 형식을 어느 정도 차용하면서도 경쾌하게 쭉쭉 치고 나간다. 전형적인 버디무비에서 벗어나 분명히 주제를 말하면서도 인물 간의 밸런스를 기막히게 조율한다.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는 요즘 말로 폼이 멋진 사람이다. 염정아가 연기한 엄진숙은 자신의 주관과 뚝심을 지키면서도 나보다 해녀들의 안위를 더 걱정한다. 둘은 서로에게 가족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격렬하게 싸우고 반목하지만 그건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다. 사랑하기에 더 기대하고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불같은 두 여성이 생존을 위해 달려가면서도 자존심을 지키고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상당하다.
첫 주자 '밀수', 한국영화 신뢰 회복할까
여름 시장에는 한국영화 여러 편이 연달아 극장에 걸린다. 천만 감독,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격하는 만큼 기대감도 상당하다.
'밀수' 개봉 후 한주 뒤인 8월2일 배우 하정우·주지훈 주연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과 설경구·도경수 주연 '더 문'(감독 김용화)이 개봉한다. 그다음 주인 9일에는 이병헌 주연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출격한다.
다음달 15일에는 유해진 주연 '달짝지근해'와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가 나란히 관객과 만난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어느 영화 하나 만만한 작품이 없다. 덩치 큰 배우, 감독과 대형 배급사가 협력한 영화이기에 손익분기점도 낮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나눠먹기식 경쟁이 출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관객이 외면한 지난해 여름시장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도 각 배급사가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건 투입된 제작비 때문이다.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큰 시장에 선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한국영화 여러 편이 극장에 걸리면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여름 시장에 관객이 어느정도 모인다면, 가을 추석 연휴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도 있다. 또 한국영화가 잃어버린 관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첫 주자인 '밀수'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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