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

2023. 7. 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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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훈 민주당 의원이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향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공부하라고 했다.

민주당 내 비판적 목소리를 혁신 대상처럼 보는 혁신위원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물론 현 이재명 대표체제의 민주당은 또 다른 특징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슬며시 거둬들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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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훈 민주당 의원이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향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공부하라고 했다. 민주당 내 비판적 목소리를 혁신 대상처럼 보는 혁신위원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며 집단지성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왔던 정당’이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이라는 정당 명칭이 역사성을 담보하는 고유 명사는 아니다. 당명 변경뿐 아니라 정치세력의 재편과 이합집산도 여러 번 있었고, 그때그때 정당의 특성과 방향도 조금씩 달랐다. 결국 오늘의 민주당 정체성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역사성을 자랑할 때 1955년의 민주당까지 소급한다. 독재정권 시기 민주화 투쟁의 중심에 있던 당시 한국 야당의 적통임을 자임하며 내세우는 정당사이다. 물론 그 민주당이 지금의 민주당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이합집산과 단속의 변화가 있었다. 민주당은 4·19 이후 제2공화국의 집권 세력이었으나 1961년 5·16으로 9개월여의 집권에 그쳤고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단절과 재편이 있었다.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을 중심으로 재정립됐다.

군부정권 시기 이른바 야당 적통 세력은 민주화 이후 크게 두 번의 변곡점을 맞는다. 먼저 1990년의 3당 합당이었다. 민주화 세력의 한 축인 김영삼 진영이 구 여권 세력과 통합한 것이다. 민주화 세력의 분화였다. 다른 하나는 2003년의 열린우리당 창당이다. ‘새천년민주당’으로부터의 분당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주도 세력의 재편이었다. 김대중의 정당에서 노무현의 정당으로 바뀐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권 말기 사실상 해산 수준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2011년 문성근, 문재인, 한명숙 등이 외곽 통합운동에 나서며 민주통합당으로 다시 야당의 중심 세력으로 일어섰다.

구시대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노무현 지지 세력과 86운동권 중심의 정당으로 바뀐 것이다. 요즘 민주당의 직접적인 뿌리는 이 열린우리당에 있다 하겠다. 물론 현 이재명 대표체제의 민주당은 또 다른 특징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슬며시 거둬들인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이재명에 대한 비판은 신성모독처럼 간주하는 강경 세력이 당 분위기를 주도한다. 과거에도 김대중, 김영삼 등 개인 카리스마가 정당을 지배하기는 했다. 그러나 ‘개딸’들의 호위는 차원이 다르다. 시대도 달라졌다. 지지율이 말해주듯이 비판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는 방탄 정당, 이견을 용납하지 않고 ‘수박’이라고 공격하는 유사종교 정당이다. 이재명 리더십을 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으로 맞서는 정도다.

오늘의 민주당 혁신 과제는 자명하다. 민주화 운동의 자산이었던 헌신과 도덕성은 소진된 지 오래다. 독재권력을 절대악으로 두고 싸웠던 민주화 투쟁기와 달리 다양성의 공존과 포용이라는 민주화 이후 시대변화의 과제와 마주해야 한다. 유사종교 집단처럼 돼버린 당의 폐쇄적 구조는 반민주적이고 반시대적이다. 사법 리스크의 포로가 된 민주당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기대 빼고는 희망이 없다. 사법 리스크에 볼모 잡힌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넘어 사실은 윤석열 정부의 방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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