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호텔 회칼살인' 주범, 밀항 거짓 들통…29년 만에 감옥행
살인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밀항 시기를 거짓 진술한 조직폭력배가 검찰 재수사를 통해 살인죄로 처벌받게 됐다.
광주지검은 1994년 서울 강남 뉴월드호텔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한 혐의(살인)로 구소기소된 주범 A씨(55)를 밀항단속법 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건 당시 범행에 가담한 영산파 두목 등 조직원은 무기징역 등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추가 기소 내용 따라 살인죄 처벌 유무
A씨는 사건 당시 전남 나주 조직폭력단체인 ‘영산파’ 행동대원이었다. 영산파 조직원들은 1994년 12월 4일 서울 강남 호텔 앞에서 광주 ‘신양파’ 조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영산파의 범행은 1991년 10월 7일 서울 강남 팔레스호텔 나이트클럽에서 패싸움 도중 신양파 조직원 B씨가 영산파 두목을 살해한 게 발단이 됐다.
영산파는 B씨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던 중 1994년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B씨가 서울 한 호텔에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보복 살인을 계획했다.
이 사건으로 영산파 두목 등 3명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두목은 무기징역, 고문·행동대장은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나머지 조직원들은 징역 5~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첫 공판은 지난 19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A씨와 변호인은 재판 당시 살인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당시 포함한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를 이번 재판에서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밀항단속법 기소 내용에 따라 살인죄 처벌 가능 여부가 갈린다. A씨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1994년으로부터 22년 뒤인 2016년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건 발생 기준으로부터 공소시효 15년이 완성(만료)된 후 밀항했기 때문에 살인죄 처벌이 불가하다”고 했다.
검찰, 수사팀 꾸려 명확한 증거 확보
검찰은 A씨가 공소시효 완성 이전에 밀항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달 검사·수사관 2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9년 뒤인 2003년 전북 군산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05~2007년 중국에서 A씨를 목격한 진술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A씨는 거짓 주장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허위 시나리오를 꾸몄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살인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3년 밀항한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 해당돼 해외 체류 기간 동안의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데다 2015년에는 살인죄 공소시효까지 폐지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공범 1명 공개 수배
검찰은 A씨의 추가 기소와 함께 살인사건 공범 1명을 공개 수배했다. 당시 행동대장이었던 정동섭(55)씨는 영산파 조직원들과 함께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동섭의 공소시효는 충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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