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목숨 앗아가는데,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파리로 가는 길]

최수경 2023. 7.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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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의 파리로 가는 길] 하천을 바로 아는 것도 집중호우에 대한 적응 대책

[최수경 기자]

▲ 평소의 대전 갑천 하류 모습 산책로와 친수구역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하천 둔치
ⓒ 최수경
   
▲ 7월 장마기의 대전 갑천 하류 강물이 제방 위험 수위까지 올라온 모습
ⓒ 최수경
수마가 훑고 간 흔적으로 인해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장마라는 이름으로 도래하던 패턴이 깨지고, 예측할 수 없는 홍수가 상흔을 또 할퀴고 있다.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홍수는 도시 농촌 산촌 할 것 없이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설상가상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광경 앞에서 재난에 대한 총체적 대책이 새로 마련돼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장마는 동아시아에서 여름철에 여러 날 비가 내리는 날씨가 지속되는 기상 현상이었다. 장마를 장마전선, 우기라고도 하고, 장마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외에 제5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보통은 30~35일간 지속되지만, 이 기간 동안 항상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장마기가 지속되고 8월 중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후 8월 말에서 9월경 태풍을 동반한 가을장마에 익숙하다.
 
▲ 금강 공주구간의 공산성 내 만하루와 연지 백제시대 수도 웅진에 축조된 공산성은 금강이 천혜의 방벽 역할을 했다. 만하루는 공산성 동쪽 금강변에서 군사적 기능도 겸한 누정이다.
ⓒ 최수경
   
▲ 폭우에 잠긴 공산성 만하루 금강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공주시 옥룡동 일대가 침수되고 금강철교가 통제되었으며, 공산성 성벽 일부가 무너졌다.
ⓒ 심규상
   
그러나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는 4월 중순부터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장마기 비의 양은 예측하기 어려워져 불확실성의 재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빗물이 최종 모여 흐르는 곳은 하천이다. 물은 산지 계류와 평지 도랑에서 시작해 내를 거쳐 강으로 모여 바다에 이른다. 과거의 하천관리는 하천의 이수(이수, 교통, 산업)와 치수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 행정안전부의 소하천정비사업 등은 치수사업에 치중되었다. 
 
▲ 청주시 무심천 상류 이치수 중심의 하천관리를 통해, 범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방을 높이고, 직선화하였다. 어도는 기능하기 힘든 구조이다.
ⓒ 최수경
지금은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하천의 환경적(자연보전, 친수, 공간) 기능도 중요해졌다.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자연보전 측면의 병행이 요구되고 있고, 둔치(고수부지)에 꽃 단지와 산책로, 자전거도로, 체육시설 등이 조성되면서, 하천은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장마기에 하천은 평소의 생활공간과 다른 모습이다. 폭우로 인해 산더미 같은 봇물이 굉음을 내며 빠르게 흘러갈 때, 비로소 하천의 역할을 알게 된다.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금강의 충북 옥천군 동이면 구간 둔치 유채꽃 단지 옥천군의 봄꽃 명소로 봄철 대표적인 친수공간으로 부상했다.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금강휴게소 인근에 있다.
ⓒ 최수경
  
우리는 하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간이 이용하는 자연의 공간을 제대로 알 때,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천은 물이 흐르는 곳임과 동시에 생활과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이자, 바람이 지나는 바람길 역할을 한다. 때문에 흐르는 물을 막는 구조물(댐, 보 등)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둔치의 시설물도 물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천의 과도한 개발이나 친수공원화는 생물 서식공간을 파괴해 뭍생명을 위협한다. 하상도로 등은 생물의 이동을 단절한다. 바람길 역할을 하는 하천 주변 과도하게 높은 건축물은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며, 개발로 인한 하폭의 축소는 하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해, 재해에 취약해진다.       
 
▲ 하천 제방(장수군 천천면 금강) 제방을 축조해 하천의 물이 넘쳐 마을과 농경지로 흘러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제방도로는 하천의 유지관리를 우해 설치된 도로로 보행자, 자전거, 유지관리차량 등이 통행 가능하다.
ⓒ 최수경
일반적으로 하천이라 하면 제방부지, 호안, 둔치, 저수로를 모두 포함한 구역이다. 제방은 둑이라고도 하며, 하천에 물이 가득 찼을 때 물그릇의 높이에 해당한다. 홍수량과 그 빈도에 따라 높이를 설계하는데, 제방보축을 쌓아 제내지(제방의 바깥쪽)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홍수 시 도시의 경우 제방은 도로에 인접한 인도와 높이를 같이해 도로로 이용된다.
호안은 제방과 둔치를 연결하는 사면에 해당하는 곳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안정성이 절대적이다. 사용재료는 경제성, 시공성, 내구성, 자연 친화성 들을 고려하여 선택된다. 최근엔 하천의 환경적 기능을 위해 생물의 이동성을 고려한 생태 블록이 이용된다. 
 
▲ 갈대와 물억새 군락의 광주광역시 서창둔치 갈대와 물억새는 모래 속에 뿌리를 내려 물을 정화한다. 경관자원과 함께 산책로를 제공하고, 홍수시에는 홍수터 역할을 한다.
ⓒ 최수경
둔치는 홍수터에 해당한다. 홍수량을 저감시키거나 늦출 수 있는 시설로 홍수 발생 시 둔치가 넓을수록 범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평소에는 체육시설, 주차장, 산책로, 생태학습장 등 친수구역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홍수 시 이러한 이용물들이 물 흐름에 영향을 주거나 수위 급상승에 따른 경보시설이나 대피로 등 안전에 취약할 시 재난의 대상이 된다.
 
▲ 저수로에 설치한 보와 기능을 하는 어도 보를 설치하였을 시, 반드시 물 높이에 영향을 받지않으면서 기능을 하는 생태적 어도가 필요하다.
ⓒ 최수경
수로는 물이 흐르는 공간이다. 물 흐름에 따라 하중도(섬)가 만들어지기도 할 만큼,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때로는 하상의 안정을 위해 주기적인 준설이 행해지는데, 이는 생물의 서식공간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다.

수로에 용수나 친수활동을 위해 보를 설치하는데, 이때 물고기의 이동 통로인 어도를 고려한 생태적 설계가 되어야 한다.

선택해야 한다
 
▲ 무늬만 어도인 시설물(금강의 공주보) 상류로 오를 수 있도록 물고기의 길을 어도라 한다. 그러나 실상 물고기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물들이 많다.
ⓒ 최수경
       
공주시 옥룡동 침수의 경우, 홍수량에 비해 인근 제민천이 담아야 할 둔치가 턱 없이 부족했다. 공주시 구도심이 제민천을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도시화 과정에서 하폭은 턱 없이 좁아졌고 직선화되었다.
청양의 지천과 논산천, 익산시 용안면은 지류 제방이 터져 농경지가 침수되었다. 금강 본류의 수위가 높아져 지류하천의 제방이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금강하구둑이 모든 수문을 연 것은 금강하구둑 준공 이래 두 번째였다. 모든 수문 개방에도 유입되는 물이 많아 범람 위기를 맞았을 만큼, 금강 하류와 만나는 지류하천에 부하된 압력이 높았다.
 
▲ 돌망태 호안(금강 영동 구간) 제방의호안 비탈면 보호와 침수공간을 조성하는 구조물로 콘크리트에 비해 물 흐름 속도가 원할해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최수경
  
기후요소는 6개로 폭염, 한파, 집중호우, 태풍, 가뭄, 해수면 상승이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기후요소는 빈도와 강도를 변화시키면서 지구 생명체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for water)은 기후변화 및 인간에 의한 도시화로 발생하는 문제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기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리스크의 경우, 미래 변동에 대한 예측과 평가를 통해 적극적인 적응대책 수립이 요원하다.
   
▲ 대전의 도심하천 갑천의 유성구 구간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구 도심에서 갑천을 중심으로 신도심이 옮겨오면서, 갑천은 시민의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 최수경
   
범람지의 경우 침수에 대비하는 예측으로 배수시설을 확충하거나, 배후습지의 확충을 통해 홍수터를 넓힌다면 경미한 피해에 그칠 수 있다. 제내지의 경우, 녹지의 배치와 규모에 따라 강우 시 유출량에서도 차이를 보이므로 배출구를 중심으로 한 녹지공간 패턴이 도시 유출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자연생태계의 힘을 활용하여 사람을 보호하고 인프라를 최적화하며 안정적이고 다양한 생물의 미래를 보호할 수 있는 자연기반해법이라 할 수 있다.

생물종은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적응하는 능력과 생존에 유리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많은 육상 담수 해양 생물의 지리적 행동반경이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살아 온 터전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적응인데 수마에 적응할 것인가, 기후 리스크(발생 가능성 + 피해 규모)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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