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시민들이 관동 조선인학살 진상 알리는 이유

9월 1일 관동대지진 100년 맞아 '조선인·중국인 학살 기억하는 집회' 개최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관동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오는 9월 1일 구마모토시국제교류회관에서 '9.1 관동대지진 100년, 조선인 중국인학살을 기억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시민들이 중심이 돼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일본에서 학살이 일어난 도쿄와 일부 관동(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군마현 등) 외 지역에서 관동대지진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곳은 구마모토현이 유일하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관동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오는 9월 1일 구마모토시국제교류회관에서 '9.1 관동대지진 100년, 조선인·중국인학살을 기억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행사를 안내하는 홍보 안내문에는 '다민족, 다문화가 공생하는 사회를 향해'라는 부제를 붙였다.

주체는 '9.1 조선인 중국인 학살을 기억하는 집회실행위원회'(아래 실행위원회)다. 실행위원회에는 구마모토지역 시민단체인 평화와 인권 포럼, 교과서네트워크 구마모토 등 시민단체 관계자 등 16명이 참석하고 있다.

관동대학살은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인 1923년 9월 1일 시작됐다. 일본 경시청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리고 이를 근거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군대·경찰·자경단(自警團, 퇴직경찰)에 의해 6000여 명의 조선인과 일본인 사회주의자가 학살됐다. 특히 자경단은 죽창과 일본도, 철봉 등을 들고 한국인들을 무차별 학살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

구마모토현 시민들이 관동대지진 문제에 내 일처럼 나선 것은 오랫동안 역사 인식을 위한 노력과 연대의 힘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과서넷트 구마모토, 평화헌법을 지키는 구마모토 현민의회 등은 현지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물론 충남지역 시민단체와 연대를 통해 구마모토 지역 중학교 역사 왜곡 역사·공민 교과서(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주도해 만든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20여 년째 벌여왔다.

지난 2011년에는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이쿠호샤 판 공민 교과서를 부교재로 선정해 관내 공립중학교 3곳에 내려보내자, 구마모토현 시민단체 회원들은 주민감사 청구에 이어 부교재 구입비용 위법 지출 소송을 제기, 수년 동안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일본 내 대표적 보수지역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를 채택률 0% 달성의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오는 9월 1일 본행사에는는 일본 시민 활동가인 타카이 히로유키(高井弘之, 69)씨가 관동대지진의 진상에 대해 강연한다. 히로유키씨는 일본 사회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물론 국권피탈(경술국치)의 부당성 등을 주장하며 역사왜곡교과서 불채택운동을 적극 벌여왔다.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일본 내 지역에서 일본 시민들이 나서 관동대학살의 진상을 알리고 책임을 추궁하는 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일본 시민들은 물론 대학원생과 대학생, 고교생 등 학생들이 관동대학살을 기억하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구마모토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구마모토지방본부 사무실에서 '9.1 조선인 중국인 학살을 기억하는 집회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