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의 모래톱, 이렇게 아름답게 돌아왔어요
[정수근 기자]
▲ 내성천 맨 하류의 국가명승지 회룡포에 모래톱이 곳곳에 아름답게 돌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기사 수정 : 26일 오후 5시 41분]
경북 예천, 영주, 봉화에 특히 많은 비를 뿌렸던 이번 장마도 서서히 끝나가는 것 같다.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한 이번 폭우 피해의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홍수의 부작용으로 많은 인명피해까지 입었으니 홍수가 인간 생활에서 위험 신호인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홍수로 인한 수해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잘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일 듯하다.
홍수의 역기능과 순기능
그런데 홍수란 자연현상이 부작용만 있는 것일까? 홍수는 하천의 입장에선 필요한 자연현상이 될 수도 있다. 홍수와 같은 큰물이 지면 강은 깨끗해지기도 하고 물길이 바뀌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역동적 변화를 동반하게 된다.
▲ 내성천의 버드나무군락들이 강한 물살에 쓰러져 을시년스럽게 보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또한 강이 깊게 파여나간 곳도 있고, 뜻밖의 물길이 새로 형성된 곳도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내성천 모래톱의 복원과 부활의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과도하게 자라난 달뿌리풀이나 버드나무 군락지 때문에 모래톱이 거의 사라진 내성천에서 제법 규모가 큰 모래톱이 돌아온 사실을 지난 24일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 회룡포 아래 모래톱이 깨끗하게 돌아왔다. 4대강사업과 영주댐 이전의 모래톱으로 복원된 거 같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내성천 모래톱이 이렇게 아름답게 돌아왔어요 ⓒ 정수근 |
모래톱은 조금 상류인 회룡포에서 절정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뿅뿅다리 아래쪽에 형성된 모래톱은 4대강사업과 영주댐 공사 이전의 내성천 모래톱을 보여주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 새롭게 복원된 회룡포 모래톱 위에 수달이 발자국을 남겼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회룡포 모래톱 위에서 뱀 한 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쯤 되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을 수밖에 없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모래톱의 감촉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의 흔적을 만났다. 수달은 발자국과 배설물로 그 흔적을 남겼고, 독사 새끼 한 마리는 모래톱에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필자에게 들켰다. 모래톱에서 만나는 야생의 흔적은 모래톱 걷기의 또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 국가명승 회룡포의 모습이다. 깨끗한 모래톱이 곳곳에 돌아왔다. |
ⓒ 디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내성천 모래톱 부활의 현장
모래톱 부활의 현장을 회룡포에서 확인했다면, 버드나무 군락지가 일거에 정리된 또다른 내성천 복원의 현장을 확인했다. 고평교와 고평대교 위 내성천은 이번 장마 이전까지 버드나무군락이 빼곡히 들어찬 곳으로 유명했다. 보기에도 답답해 보일 정도로 버드나무군락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이번 장마와 폭우에 그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 고평대교 상류의 내성천 모습. 빼곡히 들어찬 버드나무군락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풀들만 제거되면 아름다운 모래톱이 드러날 것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석탑교에서 하류로 바라본 내성천 모습. 그 전에 빼곡히 들어찬 버드나무군락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모래톱 부활 현장의 백미는 예천 보문면 우래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곳 또한 모래톱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에도 언제부터인가 버드나무군락과 달뿌리풀이 점령해 모래톱의 상당한 면적이 사라졌고, 모래톱의 명맥만 겨우 유지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 홍수로 넓은 모래톱이 제방 끝부터 들어찼다.
▲ 우래교 아래 모래톱이 이렇게 아름답게 돌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마지막으로 모래톱이 돌아온 것은 무섬마을이다. 무섬마을로 들어서는 수도교에서 바라보던 모래톱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거친 편이었다. 그간 고운 모래톱이 쓸려내려가고 자갈돌들이 듬성듬성 남은 모래톱을 보여줬었는데, 이번에 고운 모래톱으로 부활한 것을 확인했다.
▲ 무섬마을 입구 수도교에서 바라본 모래톱. 고운 모래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무섬마을 앞 모래톱이 이렇게 아름답게 복원됐다. 물이 빠지면 더 아름다운 모래톱이 드러날 것 같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수도교에서 내려다보는 상하류 내성천 모래톱이 무섬마을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려 놨다. 비록 외나무다리는 이번 비에 떠내려갔고, 영주댐에서 뒤늦게 방류를 하고 있어 강물이 많아 모래톱의 상당한 면적이 강물에 잠겼지만, 남은 면적의 모래톱만으로도 무섬마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리고 영주댐 바로 랫마을인 미림마을의 모래톱도 일부 복원된 것을 지난주 현장조사에서 확인했는데, 이날은 영주댐 방류로 불어난 강물에 모래톱이 모두 잠겨버려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렇게 모래톱 부활의 현장을 돌아봤다. 그렇다면 이번 모래톱 부활의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영주댐이 들어서 있는데 수문을 열었더니 모래가 상류로부터 유입됐는지가 궁금했다.
아마 아닐 것이다. 비밀은 배사문에 있을 것 같다. 배사문이란 말 그대로 모래를 하류로 내보내 주는 수문이다. 이번 비에 배사문까지 열어서 상류의 모래를 하류로 흘러보냈다면, 앞으로도 계속 배사문을 열어 모래를 하류로 방류하면 내성천 모래톱이 부족한 대로 유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물이 가득찬 영주댐에 여수로를 열어서 물을 빼고 있다. 배사문은 24일 기준으론 열리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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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에 장마기간임에도 녹조띠가 관찰되고 있고, 그것이 빨려 내려가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수자원공사 영주댐 관리단에 24일 두 번이나 연락해서 문의를 했지만, '본사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아직까지 답변이 없어 아쉽다.
수공의 답변 유무와 관계없이 이번 장마 기간의 홍수로 내성천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홍수는 인간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강과 자연의 입장에선 필요한 자연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홍수 피해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피해가 없도록 잘 대처해 나가면서, 홍수를 잘 관리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미명하에 건설되어 녹조를 발생시키고, 내성천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영주댐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서 내성천이 맘껏 흐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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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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