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보기엔 한 정부인데, 기관들 서로 남 탓"

이영광 2023. 7.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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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62] KBS 1TV <추적 60분> 기아영, 정용재 PD

[이영광 기자]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극한 호우로 지난 15일 충북 오송의 공평2지하차도에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 들어왔다. 이때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그리고 14명의 시민은 목숨을 잃었다. 또한 경북 예천에서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있었다. 비로 인한 천재지변이었을까?

지난 21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집중 르포-극한 호우, 대한민국을 삼키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15일 극한 호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던 충북 오송, 충남, 경북 예천의 상황과 함께 지난해 8월 8일 집중 호우가 있었던 서울의 지금 모습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당 회차를 연출한 기아영, 정용재 PD와 전화 연결했다.

"천재지변에서 시작된 인재,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1TV
 
- 지난 21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집중르포-극한 호우, 대한민국을 삼키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난 소회가 어때요?
정용재 PD(아래 정): "너무 급작스럽게 일요일(16일)에 팀장님 전화 받고 바로 피해 지역으로 내려갔는데 한 6일 정도 만에 방송이 나와서 어떻게 6일이 흘렀는지 지금도 잘 실감이 안 나고 몇 밤 자고 일어났더니 방송이 나가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바쁘게 모두가 움직여서 무사히 잘 나갔다는 만족감 그리고 이게 좀 무거운 내용이다 보니 그 이후에 조치들이 잘 진행이 돼서 방송에 나오신 분들도 덜 피해 입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기아영 PD(아래 기): "같이 연출한 윤선영 PD가 토요일에 저희한테 '오송 지하차도 침수된 사건이 좋지 않다'라는 얘기 했지만 이게 방송을 준비하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 얘기가 시작이 되어서 일요일 아침에 급하게 저희가 각자 찢어져서 각 지역으로 갔고 이미 토요일 밤에 저희 팀 VJ 감독님이 오송에 가서 계셨어요. 그래서 팀원 중에서 또 먼저 그걸 방송 해야겠다고 생각한 PD가 있고 또 팀장님이 그걸 판단 바로 해 주셔서 6일이긴 한데 저희가 그래도 조금 빨리 투입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날 방송이 7월 셋째 주말에 내린 폭우에 대한 거잖아요. 시간이 얼마 안 되어 취재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정: "어려웠는데 너무 비극적인 사건이라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사건이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최대한 거기에 저나 (기)아영 PD나 (윤)선영 PD가 거기 일단 내려가서 연관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또 선영 PD는 소방관들와 밀착해서 구조 활동, 수습하는 수색 활동 같은 것도 찍고 아영 PD는 각종 피해 지역에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하여튼 되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군데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지역을 충북 오송, 충남 청양, 경북 예천, 서울로 나눠 취재하셨잖아요. 어떻게 나누신 거예요?
기: "오송과 예천은 가야 되는 지역이어서 먼저 출발한 (정)용재 PD와 선영 PD가 갔고 그다음 제가 어디 가야 될지 고민하고 오후 6시 다 돼 서울에서 출발했거든요. 스터디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일단 충청도 지역에서도 피해가 큰 지역 위주로 그리고 큰 제방이 무너졌다거나 댐이 월류했다는 식의 헤드라인이 있는 지역으로 일단 가보자고 해서 갔었던 것 같아요."

- 오송 현장 가니 어땠나요?
정: "일단 현장에 바로 갔는데 현장은 이미 수색 중인 상황이었고 외부 사람들이 가서 방해하면 안 되니까 아주 멀리서부터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었고 거기에서 기자님들도 다 뉴스 리포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거기까지밖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바로 (하나)병원으로 갔어요."

- 실종자 가족과 유족 대부분 청주 하나병원에 있나요?
정: "실종자를 찾아 병원으로 옮겨져서 검안하는 곳은 청주 하나병원으로 다 통합을 했어요. 왜냐하면 가족들이 흩어져 있으면 아무래도 힘드시니까요. 그래서 아예 하나병원을 지정해서 다 가 계신 상황이었죠."

- 유가족 의견 듣는 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정: "저희는 방송이니까 카메라를 최대한 안 보이기는 하지만 들고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일단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유가족에게 '왜 찍냐? 뭐 좋은 거라고 찍냐? 구경났냐?'라고 욕 먹었어요. 너무 당연한 거죠. 화가 나시고 안 그래도 착잡한데 카메라까지 옆에 찍으면 힘드시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최대한 우리 방송이 어떤 취지고 이 사건이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하기 위한 취지 갖고 취재하는 중이고 또 저희는 언론으로서 KBS가 가진 영향력을 발휘해서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이라든지 피해자에 대한 후속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돕겠다는 식으로 말씀 드리면서 설득했어요.

당연히 애초에 마음을 닫으신 분들은 당연히 쉽지 않았고 그래도 조금 설득하니까 몇몇 분들은 본인이 너무 어이가 없는 거, 화가 나는 거, 일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거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에 대해 하나둘씩 얘기 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갔을 때는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그래도 옆에서 계속 있다 보니 그분들도 제가 익숙해지셨는지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 당시 지하차도를 막는 게 어려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던데...
정: "신고도 여러 번 들어왔었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경고 사인이 있었는데요. 이게 여러 기관에서 서로 정보 공유가 빠르게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정보 공유할 의무가 없는 경우도 많고 공무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공조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죠."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거 같아요.
정: "그렇죠. 이태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일단 정부 기관들이 서로 남 탓 해요. 국민들이 봤을 때는 하나의 정부인데 이 정부 안에서 나뉘어서 '너네 부서가 잘못했다'라는 식으로 돌리는 게 속 터지는 일인 것 같고요. 그렇게 돌리다가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국민들이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인데요. 이번에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여러 정황들이 방송 이후에도 나오는 걸 보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 PD님이 원희룡 장관에게 인재인지 천재지변인지 물어봤잖아요. PD님 보기엔 어때요?
정: "천재지변에서 시작된 인재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례적인 폭우도 맞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죠. 4시간 전부터 신고가 들어왔잖아요. 유가족분 말대로 거기 꼬깔콘 두 개만 세워놨어도 열네 분이 살 수 있었죠. 이건 인재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꼬깔콘 2개만 세워놨어도 열네 분 살 수 있었다"
 
 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1TV
 
- 기 PD는 청양의 축산 농가 취재하셨잖아요. 거기 상황은 어땠나요?
기: "제가 16일 밤에 도착했는데 그날 낮 12시까지도 물이 허리까지 차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처음 밤에 찾아갔던 축사는 뒤쪽에 치성천 제방이 있어요. 거기가 무너지면서 강이 범람하고 축사 바로 뒤에 있는 배수펌프가 작동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결해서 생각 해보면 비가 많이 오고 제방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평소에 잘 작동했던 배수펌프가 작동 못 하면서 축사가 완전히 잠기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얼마나 피해가 있다고 해요?
기: "방송에 나오는데 큰 소들이 다 살긴 살았어요. 근데 물에 잠겨서 죽은 송아지들도 있어요. 농민이 얘기하셨던 게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소들이 꽤 오래 침수되어 있어서 더러운 물들을 다 먹었을 거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봐야 하고 또 다리 등을 다친 소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피해는 앞으로 더 봐야 될 것 같았어요."

- 농민들은 키운 가축이 자식 같을 것 같은데 죽어서 마음 아플 것 같아요.
기: "첫날 밤에 뵙던 어머님이 눈물 많이 흘리셨는데요, 어쨌든 새끼 같은 경우 다 본인이 받아서 태어나자마자부터 키웠고 또 되게 어리잖아요. 그때 죽은 소도 태어난 지 3개월 된 소였는데 그 부분 때문에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고요. 비닐하우스에서 구조한 주인분도 어쨌든 소가 기운 못 쓰고 일어나지 못하니까 그 상황이 좀 많이 안타까우셨던 것 같더라고요."

- 논산 수박밭의 수박은 비로 출하를 못 하게 된 건가요?
기: "7월 말에 출하해서 서울 가락시장으로 갈 계획이 있던 밭이었고 저도 가서 보니까 잘 모르지만, 빨갛게 잘 익어 있었고요.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그 전 수박밭 사진을 봤는데 굉장히 정성스럽게 잘 키우셨었더라고요. 근데 그게 출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고요. 그것보다도 수박 비닐하우스를 치워야 되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얘기 하시더라고요."

- 왜 비닐하우스를 치워야 해요?
기: "거기도 제방이 바로 뒤에 있었는데 진흙 같은 게 다 쓸려 들어와서 거의 무릎 바로 아래까지 잠길 정도로 뻘밭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 걸 다 치워내려면 그게 또 굉장히 큰 비용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들 거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MC가 클로징 멘트로 우리는 언제까지 각자도생해야 하냐고 묻던데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정: "제가 알기로 저희 제목이 '극한 호우'고 키워드를 '각자도생'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저는 변한 게 없다는 게 되게 절망적인 것 같아요. 이태원 때도 그렇고 이전에 포항에서도 있었고 부산에서도 있었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참사죠. 그러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이걸 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걸 안 당하기 위해서거나 혹은 당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원인을 규명하고 또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국가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가예요. 여기에 대해서 사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다 보니까 시민분들은 불신 속에 휩싸이죠.

그래서 결국 내 몸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지 않나 해요. 그러나 우리가 각자도생보다는 국가가 키를 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애초에 이걸 예방하고 또 설령 예방하지 못한다고 하면 이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선진국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그게 저희 프로그램 통틀어서 관통하는 큰 거시적인 하나의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기: "다른 방송 본 내부 PD들도 해준 얘기인데 그걸 기사로 본 것과 방송으로 봤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가면서 기사로 대부분 스터디를 했는데 현장 가보니까 또 느껴지는 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 "저도 비슷한데 일단 시청률이 (<추적 60분>) 세 번 했지만 가장 잘 나왔대요. 좀 큰 얘기를 하자면 이제 공영방송에서 저희 구성원들이 재난 방송하고 많이 애를 쓰시는데 이것도 하나의 재난 방송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때에 가장 날선 시각으로 국가가 피해자 유족분들 그리고 향후 혹시나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험한 지역들에 어떤 조치나 예방을 취하는지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계속 지켜봐야 되는 임무가 저희에게 있지 않나 하고 그게 저희가 수신료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 이름 바꾸고 시작하는 이 시점에 되게 의미 있는 시간 할애해서 이런 방송 했다고 생각하고요. 또 마지막에 MC가 얘기했듯이 앞으로 슈퍼 태풍도 올 거잖아요. 그리고 기후 변화 때문에 자연 이상 기후가 계속 나타나면서 이제 많은 시민분이 피해를 보는 게 있을 텐데 그때마다 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정: "저는 너무 비극적인 현장에서 하루아침에 가족 잃은 분들을 만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기술적으로나 마음도 너무 힘들었고요. 저희 팀장이 늘 하시는 말씀이 '우리 <추적 60분>은 약자와 한이 맺힌 사람들 한을 풀어 주는 방송이다'이에요. 그리고 처음에 저희에게 내려가라고 할 때도 '우리가 망자의 한을 풀어주자'는 게 저희 일종의 모토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버티기는 했죠."

기: "저는 갈 때도 생각한 게 오송이나 예천 같은 경우가 인명 피해가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취재가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갔을 때도 다들 재산 상의 피해나 심적으로 피해가 크셨어요. 아무래도 그분들에게 저희가 이 방송을 만들려고 여쭤보는 게 아니라 이분들 얘기를 들어드리고 이분들의 피해 상황을 잘 보여드린다고 설득하는 처음 만남의 순간이 제일 어려운 것 같기는 해요."

- 취재했지만 담지 못한 거 있나요?
기: "제가 괴산에 갔을 때 괴산댐 월류로 인한 이 마을 피해 상황만 보여드렸는데 실제로 괴산에 비가 많이 와서 어디 마을에서 아버지랑 아들이 배수로에 빨려 들어가서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도 취재했었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월류로 인한 마을 피해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 부분이 방송으로 나가지는 못했어요. 아버님이 평생 사시던 집 바로 앞에 있는 배수로에서 빠져 돌아가셨고 그 아버지를 구하려고 아들이 손을 붙잡고 있다가 아들까지 같이 빨려 들어가서 돌아가시고 그 상황을 또 따님이랑 어머님이 같이 보셨어요. 그래서 되게 안타까운 사건이었고요. 사실 오송이랑 예천 외에도 이번 극한 호우로 전국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피해들이 있었다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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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송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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