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추진중인데…8일째 물에잠긴 '반구대 암각화'

김윤호 2023. 7. 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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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천 수위에 따른 암각화 모습. 예전 침수 때 촬영된 모습.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8일째 물에 잠겨 있다. 장마 탓에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한 대곡천 수위가 높아지면서다. 침수 상태가 지속하면 암각화가 훼손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8일째 물에 잠겨


26일 울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물 정보 포털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일 자정 무렵 처음 잠겼다. 대곡천 수위가 53.15m를 기록하면서 암각화 아랫부분부터 침수가 시작됐다. 이어 20일 0시(54.14m)부터 24일 0시(54.05m)엔 수위가 더 높아져 더 많은 부위가 물에 잠겼다. 비가 잦아든 25일(53.92m), 비가 멈춘 26일 오전 9시(53.65m) 현재도 대곡천은 53m 이상 수위를 기록 중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과 맞닿은 절벽 암반에 새겨진 바위 그림이다. 가로 8m, 세로 4m 크기로 대곡천 수위가 53m를 넘어서면 곧장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평소 대곡천 수위는 48m 정도다. 이번 반구대 암각화 침수는 지난해 9월 태풍 난마돌 이후 10개월 만에 재현됐다. 울산시 측은 "반구대 암각화를 최대한 빨리 물에서 건져내기 위해 하루 24만t 정도 '물빼기' 작업을 대곡천 아래 배관을 통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중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반구대 암각화. 사진은 2019년 촬영분. 연합뉴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 초안을, 내년 1월엔 최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현지 실사와 평가 등을 거쳐 2025년 7월께 결정된다.

반구대 암각화 침수·훼손은 처음이 아니다. 태풍이나 장마 영향으로 연평균 두 달 정도 물에 잠기며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울산시는 근본적인 반구대 암각화 침수·훼손을 막기 위해 2000년부터 23년간 27차례에 걸쳐 80억 원어치 용역을 추진했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댐으로 수위 조절하면 식수 부족


단순히 반구대 암각화만 보존하려면 대곡천 내에 있는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물을 빼내 수위를 조절하면 된다. 이러면 울산지역 생활용수가 부족해진다.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1000t. 계획량 18만t과 비교하면 4만9000t이 줄게 된다.

수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방류량이 늘어나면 울산 태화강 하류 수위가 약 2㎝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맞춰 한창 논의했던 울산지역 새 식수원을 찾는 문제도 대구시 등 지자체별 의견이 달라져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암각화가 물에 잠기면 비가 그치고, 대곡천 수위가 낮아지기만 기다리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8월 초 물 빠질 듯"


물 밖에 드러난 반구대 암각화. 사진은 2021년 촬영분. 연합뉴스
울산시 관계자는 "다음 달 초 비가 완전히 그치면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매일 두 차례 현장에 나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에는 귀신고래, 작살 맞은 고래, 호랑이·멧돼지·사슴 등 다양한 동물 등 그림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유물로 인정받아 2010년엔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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