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추진중인데…8일째 물에잠긴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8일째 물에 잠겨 있다. 장마 탓에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한 대곡천 수위가 높아지면서다. 침수 상태가 지속하면 암각화가 훼손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8일째 물에 잠겨
26일 울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물 정보 포털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일 자정 무렵 처음 잠겼다. 대곡천 수위가 53.15m를 기록하면서 암각화 아랫부분부터 침수가 시작됐다. 이어 20일 0시(54.14m)부터 24일 0시(54.05m)엔 수위가 더 높아져 더 많은 부위가 물에 잠겼다. 비가 잦아든 25일(53.92m), 비가 멈춘 26일 오전 9시(53.65m) 현재도 대곡천은 53m 이상 수위를 기록 중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과 맞닿은 절벽 암반에 새겨진 바위 그림이다. 가로 8m, 세로 4m 크기로 대곡천 수위가 53m를 넘어서면 곧장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평소 대곡천 수위는 48m 정도다. 이번 반구대 암각화 침수는 지난해 9월 태풍 난마돌 이후 10개월 만에 재현됐다. 울산시 측은 "반구대 암각화를 최대한 빨리 물에서 건져내기 위해 하루 24만t 정도 '물빼기' 작업을 대곡천 아래 배관을 통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중
반구대 암각화 침수·훼손은 처음이 아니다. 태풍이나 장마 영향으로 연평균 두 달 정도 물에 잠기며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울산시는 근본적인 반구대 암각화 침수·훼손을 막기 위해 2000년부터 23년간 27차례에 걸쳐 80억 원어치 용역을 추진했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댐으로 수위 조절하면 식수 부족
단순히 반구대 암각화만 보존하려면 대곡천 내에 있는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물을 빼내 수위를 조절하면 된다. 이러면 울산지역 생활용수가 부족해진다.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1000t. 계획량 18만t과 비교하면 4만9000t이 줄게 된다.
수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방류량이 늘어나면 울산 태화강 하류 수위가 약 2㎝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맞춰 한창 논의했던 울산지역 새 식수원을 찾는 문제도 대구시 등 지자체별 의견이 달라져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암각화가 물에 잠기면 비가 그치고, 대곡천 수위가 낮아지기만 기다리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8월 초 물 빠질 듯"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에는 귀신고래, 작살 맞은 고래, 호랑이·멧돼지·사슴 등 다양한 동물 등 그림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유물로 인정받아 2010년엔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의 죽음에 짜증내던 동생, 통장 발견되자 “잔액은요?” | 중앙일보
- 일본 발칵 뒤집은 '머리 없는 시신'…범인 정체가 밝혀졌다 | 중앙일보
- "다리 만져달라" 60대 택시기사 성추행…여성 승객 신원 알아냈다 | 중앙일보
- 지글지글 끓어도 좋다? 바르셀로나 해변서 브래지어 벗어보니 | 중앙일보
-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보고도 테니스 치러 나간 남편 | 중앙일보
- KTX 선로 뛰어든 남성 사망…서울 지하철 1호선 운행 지연 | 중앙일보
- 오은영 "최근 사건 가슴 아파…'금쪽이' 인간개조 프로그램 아냐" | 중앙일보
- 인생은 한 방?…월 300만원 버는 30대 직장인도 도전한 이것 | 중앙일보
- 37도 폭염 속, 차에 아기 갇히자…돌연 유리창 깬 아빠의 괴력 | 중앙일보
- 숨 쉴 공간 30㎝, 흙탕물 '첨벙'…오송 최후 생존자 탈출 순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