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겁박하는 1차원적 한국 사회
하성환 2023. 7. 26. 10:21
겁박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다양한 시민 요구 폭력으로 눌러
폭력으로 겁박하는 장면은 또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교육받고, 일하러 가고, 지인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지하철 승차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자 서울시장은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했다"며 경찰 투입 요청 등 법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이, 유모차, 몸이 아픈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정말 소중한 시설이다. 그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음을 세상은 기억한다.
그렇게 20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아주 조금 도입돼 운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법치'를 내세워 겁박하는 것은 공권력을 가장한 폭력이다. 왜냐하면 차별은 구조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직장 갑질이든, 간호사 '태움' 문화든, 여성 차별이든, 인종 차별이든, 장애인 차별이든, 모든 차별은 구조적 폭력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한 건설사가 자체 검증했다며 일방적으로 추가 공사비 백수십 억 원을 요구했다. 재개발조합 측은 한국부동산원 등 공적 기구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건설사는 입주 20여 일을 앞둔 지난 6월 8일 쇠막대(철봉) 유치권을 행사했다. 220여 세대 조합원 전체 가구, 현관문 네 곳에다 쇠막대(철봉)를 용접해 박아버렸다. 이런 쇠막대 유치권 행사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
주거권은 인권의 영역으로 헌법에도 보장된 사회권적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횡포가 지역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건설사는 쇠막대를 자진 철거했다. 자사 홈페이지에 크게 홍보하는'ESG 경영',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윤리경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 장면을 스스로 연출한 결과다.
지난주 학교 폭력 문제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발생했다.
겨우 스물네 살 2년 차 새내기 교사인데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되고, 심지어 교사의 인격조차 무질러버리는 교육 환경을 모르쇠로 일관한 결과다. '어린이 학대 신고'가 남발되는 현실에도 법과 제도를 개혁해 교사의 교권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없었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시적 사고를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목격한다. 어느 초등학교 정문 앞에 큼지막하게 세운 '학교 폭력 예방' 간판이다. 버젓이 도롯가에 세운 '학교 폭력 예방' 홍보 간판은 우리 사회가 이미 오랫동안 폭력에 중독된 사회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1차원적 사회가 멀리 있지 않다.
[하성환 기자]
지난 5월 25일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 앞에서 야간문화제를 열고자 했으나 경찰은 강제 해산시켰다. 본래 문화제는 집회와 달리, 신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야간문화제가 "불법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야간문화제를 원천 봉쇄했다. 게다가 경찰의 탄압에 저항하던 문화제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5월 31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은 전격 구속했다. 김준영 처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도중,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진압봉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쓰러져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진압 경찰은 계속해서 곤봉으로 내리쳤다. 노동조합은 1년 전에 임금 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회사 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소극적으로 교섭에 응하지 않자 이틀 전에 고공농성을 감행했고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한 장면이었다.
▲ 장애인에게도 교육은 권리이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55.7%가 중졸 이하 학력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 중심 사회임을 반증하는 지표로 장애인 탈시설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시설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육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
ⓒ 하성환 |
폭력으로 겁박하는 장면은 또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교육받고, 일하러 가고, 지인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지하철 승차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자 서울시장은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했다"며 경찰 투입 요청 등 법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사망 사고 이후 20년 넘도록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해 왔다. 누가 극도의 인내심으로 기다려 왔는지 하늘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시장은 "시민의 불편"을 운위했다. 여권 내 유력한 젊은 정치인조차 "비문명 사회의 방식"이라고 비난에 동조했다. 적반하장을 넘어 반(反) 지성의 민낯으로 공감 능력에 의문을 남게 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손팻말 지하철 리프트는 종종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2001년 오이도역 참사 이후 <장애인 이동권 연대>(<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전신)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며 시청 역 선로에 쇠사슬을 묶는 투쟁을 전개하는 등 20년 넘게 이동권을 촉구해 왔다. 오늘날 엘리베이터에는 장애인들의 눈물과 희생이 배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 하성환 |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이, 유모차, 몸이 아픈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정말 소중한 시설이다. 그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음을 세상은 기억한다.
▲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손팻말 계단 버스는 장애인 이동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다. 저상버스 도입은 장애인 이동권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 하성환 |
그렇게 20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아주 조금 도입돼 운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법치'를 내세워 겁박하는 것은 공권력을 가장한 폭력이다. 왜냐하면 차별은 구조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직장 갑질이든, 간호사 '태움' 문화든, 여성 차별이든, 인종 차별이든, 장애인 차별이든, 모든 차별은 구조적 폭력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 현관문에 쇠막대를 박아 유치권을 행사한 장면 새 아파트 현관문에 쇠막대를 박아 유치권을 행사한 건설사의 횡포는 주거권을 침해하는 건설업계의 매우 잘못된 관행이다. |
ⓒ 조합 측 제공 |
지난달 한 건설사가 자체 검증했다며 일방적으로 추가 공사비 백수십 억 원을 요구했다. 재개발조합 측은 한국부동산원 등 공적 기구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건설사는 입주 20여 일을 앞둔 지난 6월 8일 쇠막대(철봉) 유치권을 행사했다. 220여 세대 조합원 전체 가구, 현관문 네 곳에다 쇠막대(철봉)를 용접해 박아버렸다. 이런 쇠막대 유치권 행사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
▲ '주거권은 인권' 외치는 1인 시위 장면 건설사 횡포에 맞서 주거권은 헌법에 명문화된 인권의 영역임을 호소하며 항의 시위하는 모습. |
ⓒ 조합 측 제공 |
주거권은 인권의 영역으로 헌법에도 보장된 사회권적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건설사 횡포가 지역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건설사는 쇠막대를 자진 철거했다. 자사 홈페이지에 크게 홍보하는'ESG 경영',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윤리경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 장면을 스스로 연출한 결과다.
한국 사회는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다. 일부 학생과 이기적인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퍼부어대는 인격 모욕적인 언어폭력은 다반사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씨*, 좆* 새*는 입에 달고 산 지 오래된 풍경이다. 욕설을 내뱉는 학생들 스스로 무의식중에 습관적으로 내뱉다 보니 자신이 욕을 하고도 의식하질 못한다. 심지어 수틀리면 신체 폭행도 스스럼없이 자행한다. 학부모가 교사를 무릎 꿇리거나 무릎 꿇고 사과를 요구한 사례도 적지 않다.
▲ 새내기 교사를 추도하는 편지글과 추모 헌화 2년 차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며 분노하는 수많은 쪽지 글이 담벼락에 붙어 있다. |
ⓒ 하성환 |
지난주 학교 폭력 문제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발생했다.
▲ 어느 교사가 쓴 참담한 교육 현실과 교육부에 촉구하는 편지글 스물네 살 새내기 교사의 죽음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엄청난 공감과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똑같은 폭력적 경험에 노출되었던 다수의 교사들은 분노했고 비틀린 교육 현실이 변화되기를 기원했다. |
ⓒ 하성환 |
겨우 스물네 살 2년 차 새내기 교사인데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되고, 심지어 교사의 인격조차 무질러버리는 교육 환경을 모르쇠로 일관한 결과다. '어린이 학대 신고'가 남발되는 현실에도 법과 제도를 개혁해 교사의 교권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없었다.
▲ 학교 폭력 예방 홍보 간판 서울 시내 어느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세운 학교 폭력 예방 홍보 간판은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 비교육적이다. |
ⓒ 하성환 |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시적 사고를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목격한다. 어느 초등학교 정문 앞에 큼지막하게 세운 '학교 폭력 예방' 간판이다. 버젓이 도롯가에 세운 '학교 폭력 예방' 홍보 간판은 우리 사회가 이미 오랫동안 폭력에 중독된 사회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1차원적 사회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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