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2도]폐허 속에 피어난 꽃을 미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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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의 영화 '비공식작전'에서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미국 발령이라는 포부를 안고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한다.
그저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교전단체이자 정당조직)를 무분별한 도발의 주범으로 간주했다.
레바논 정부는 군대를 유지하고 남부 지역에서 특공대 작전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
이들을 견제해온 이스라엘은 1982년 6월 '갈릴리 평화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레바논을 무차별 침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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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적 사고 깔린 역설적 전개 눈길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베이루트서 희망 가리켜
김성훈 감독의 영화 '비공식작전'에서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미국 발령이라는 포부를 안고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한다. 임무는 20개월 전 실종된 동료 외교관 구출. 카림(페드 벤셈시)이 이끄는 무장 집단에 접근해 몸값을 건네줘야 한다. 그는 카림의 보호로 또 다른 무장 집단과 공항 경비대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인류애적 사고가 깔린 역설적 전개다. 서방 언론이 일방적으로 전해온 중동분쟁을 숙고하게 한다.
서방 언론은 2006년 7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교전단체이자 정당조직)를 무분별한 도발의 주범으로 간주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선 적절치 못한 경우조차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본질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과 허가를 받아 레바논을 압제하에 몰아넣으려는 야욕이었다. 댄 할루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 채널 10 텔레비전 방송에서 당당하게 밝혔다. "레바논을 20년 전으로 돌려놓겠다."
바로 '비공식작전'이 재현한 1980년대 중후반이다. 베이루트는 상처를 입고 버려진 도시였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시작된 불운이다. 그해 적잖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이 제1차 아랍·이스라엘 분쟁을 피해 이주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6일 전쟁'을 일으켜 생긴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똑같이 피신했다. 상당수는 이듬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특공대에 합류했다. 레바논 정부는 군대를 유지하고 남부 지역에서 특공대 작전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
불길한 전조는 1975년 팔레스타인인을 태운 버스가 베이루트 아인알루마나 지구에서 우파 팔랑헤 민병대로부터 매복 공격받으면서 내전으로 구체화됐다. 무장한 팔레스타인인의 레바논 상주를 못마땅해하던 기독교 민병대, 기독교당 등 우파 연대와 카말 줌블라트가 이끄는 이슬람 좌파인 레바논 국민운동(LMN) 연대 간의 싸움이었다. LMN은 여러 야당이 연합한 단체로, PLO를 지지했다. 이들을 견제해온 이스라엘은 1982년 6월 '갈릴리 평화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레바논을 무차별 침공했다. 남서부 지방을 침공한 데 이어 베이루트를 포위 공격해 약 1만7000명의 사망자를 냈다. PLO를 돕던 시리아 군대는 베카 계곡으로 퇴각했고, 팔랑헤 지도자인 바시르 게마엘이 레바논 대통령에 당선됐다. PLO는 미국이 이끄는 다국적군에 의해 쫓겨났다.
잇단 암살과 학살 속에서도 LMN의 사회주의 집단은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레바논 국민저항전선을 출범했다. 그 무렵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에 맞서던 헤즈볼라도 공식 창설을 선언했다. 1990년까지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봉기)를 일으키며 저항했다. 김 감독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모래바람과 총탄이 날리는 베이루트에서 온기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팔레스타인 출신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저서 '애프터 더 라스트 스카이(1986)'에 남긴 바람대로.
"베이루트의 훌륭한 특징은 이미 압제하에 있고 형편없이 초라하고 고달픈 삶을 사는 우리 아랍인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베이루트 사람들은 강인하게, 보석 같은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다. 이 도시에는 타락과 방탕함에서조차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걸출함이 있다. 이런 암흑의 시기에도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베이루트가 전에도 혼란을 딛고 일어섰으니 이런 재앙적인 파괴도 다시 한번 딛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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