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상장 당일 변동폭 '스팩' 적용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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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60~400%로 확대한지 한달이 지났다.
제도 개선에 따른 효과를 따지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상장 당일 스팩 변동 폭만 놓고 본다면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1일 상장한 SK증권제9호스팩은 7150원까지 올랐다가 2200원 선까지 내려왔다.
스팩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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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조장, 투자자 피해 우려
금융 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60~400%로 확대한지 한달이 지났다. 8개 기업과 4개 스팩이 상장했다. 제도 개선에 따른 효과를 따지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상장 당일 스팩 변동 폭만 놓고 본다면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합병 대상 법인을 찾기 전까지 예금 통장이나 다름없는 스팩을 본질 가치보다 2~3배 가격에 사려는 투기성 자금이 몰렸다. 적정 가격을 조기에 찾도록 하겠다는 당국 의도와 달리 스팩은 공통으로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이튿날부터 급락했다.
지난 6일 교보14호스팩이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2000원을 기준으로 1200~8000원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 217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7980원까지 올랐다가 6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첫날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5661억원, 9134만주에 달했다. 상장 주식수가 420만주인 것을 고려하면 20회가 넘는 손바뀜이 있었던 셈이다. 첫날 급등했던 주가는 14거래일 만에 공모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로는 70% 이상 급락했다.
DB금융스팩11호와 SK증권제9호스팩도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교보14호스팩과 다르지 않았다. DB금융스팩11호는 상장 첫날 686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주가는 2125원까지 내렸다. 지난 21일 상장한 SK증권제9호스팩은 7150원까지 올랐다가 2200원 선까지 내려왔다. 상장 첫날 93% 오른 뒤 이튿날 하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에도 18%가량 하락했다.
상장 첫날 거래가 활발했던 만큼 변동성도 컸다.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기성 단기자금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팩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한다. 3년 동안 합병 등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합병하지 못하면 해산하고 보유 중인 현금은 주주에게 돌려준다. 대다수 스팩은 공모로 조달한 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한다. 상장 초기 스팩을 현금 또는 예금통장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 이유다.
증시 전문가들이 스팩 상장 첫날 공모가의 2~3배 가격에 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000원짜리 지폐 2장을 5000원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상장 첫날 변동성을 이용해 고수익을 내려다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서 본질 가치와 성장성 등을 고려해 투자하지 않고 변동성만을 투자 재료로 활용하려는 행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스팩 상장 첫날 변동성이 커진 것을 기회로 초단기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만 팔 수 있는 확률만을 놓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 IPO 공모주 청약 흥행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성장기에 있는 기업이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성장에 따른 열매를 투자자와 나누는 것이 IPO의 본래 의의다.
제도를 개선한지 한달 만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상장 당일 변동성 확대를 통해 IPO 시장이 활기를 찾는다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스팩에 대해서도 변동성 확대안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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