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20기' 장시환, 1038일 만에 웃었다

양형석 2023. 7. 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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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5일 키움전 1이닝 무실점으로 19연패 탈출, 한화 16-6 승리

[양형석 기자]

한화가 8회에만 13득점을 올리며 키움에게 기분 좋은 역전승을 따냈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6-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3-6으로 뒤져 있던 한화는 8회초 공격에서만 타선이 두 바퀴 돌며 10안타5사사구로 13득점을 올리는 대폭발을 통해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35승4무42패).

한화는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노시환이 4회 시즌 20번째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이진영이 2안타4타점1득점,문현빈이 3안타3득점, 닉 윌리엄스도 오랜만에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날 가장 감격스런 하루를 보낸 선수는 따로 있었다. KBO리그 신기록인 19연패의 사슬을 끊고 무려 1038일 만에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본 한화의 베테랑 우완 장시환이 그 주인공이다.
 
 올시즌 마무리로 낙점되었지만 초반 부진 끝에 낙마한 한화 장시환
ⓒ 한화이글스
 
심수창의 18연패 기록을 깬 장시환

장시환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불운과 연패의 상징이었던 투수는 단연 18연패를 당했던 심수창이었다. 심수창은 LG 트윈스 입단 3년 차였던 2006년 커리어 첫 10승을 달성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던 LG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심수창은 2009년 6월 26일 SK 와이번스전부터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2011년 8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8번 연속으로 패전투수가 되는 동안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18연패를 당하는 기간 동안에도 LG와 히어로즈에서 주로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심수창은 18연패 중 15번이 선발패였다. 그 중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한 경기가 5번이었고 2009년 7월 31일 넥센전에서는 7.2이닝3실점을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2011년 7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7회에 내린 비로 강우콜드게임이 되면서 패전투수가 되는 불운도 있었다. 

심수창의 연패가 길어지면서 심수창의 승리여부는 야구팬들의 관심사가 됐다. 그리고 심수창이 2011년 8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2이닝2실점으로 18번의 좌절 끝에 승리를 따냈을 때는 많은 야구팬들이 함께 기뻐했다. 심수창이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힐 때도 '남자가 고작 그런 일로 우느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심수창이 겪었을 마음고생을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 같았던 심수창의 18연패 기록은 지난 4월 1일 키움전에서 장시환에 의해 깨졌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장시환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잦은 부상과 불안한 제구력 때문에 좀처럼 재능을 꽃 피우지 못했다. 그렇게 현대와 히어로즈에서 8년의 시간을 보낸 장시환은 2015 시즌을 앞두고 신생 구단 특별지명을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신생구단 kt에서 1군 주축투수로 활약한 장시환은 2015년 4월 22일 SK 와이번스전에서 프로 입단 9년 만에 데뷔 첫 승리를 따내는 등 kt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7승5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3.98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2016년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게 내준 장시환은 선발변신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3승12패6세이브3홀드6.33으로 부진했고 2017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김건국(KIA)과 함께 롯데로 이적했다.

19번의 좌절 끝에 따낸 감격의 승리

장시환은 롯데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지만 2017년 10홀드를 기록한 후 2018년 2홀드에 머물렀고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2019년에는 13패를 당하면서 좀처럼 2015년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던 장시환은 2019년11월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았던 특급 유망주가 어느덧 4번째 유니폼을 입는 '저니맨'이 된 것이다. 

한화 이적 후 선발투수로 활약한 장시환은 2020년 9월 27일 NC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3번째 패배를 당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패배가 지긋지긋한 연패의 시작이 될 거라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시환은 2021시즌에도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승리 없이 11번의 패배를 추가로 적립하면서 어느덧 연패숫자가 '13'으로 늘었다. 그리고 작년 시즌 한화를 이끌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13연패 중이던 장시환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한화의 뒷문을 지키게 된 장시환은 8월 강재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14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14세이브를 기록한 작년 시즌에도 승리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9월 22일 SSG전에서는 심수창의 18연패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장시환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한화 구단이 작년 시즌이 끝난 후 18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장시환과 3년 총액 9억3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장시환은 올해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패전투수가 되면서 심수창의 기록을 깨는 KBO리그 역대 최다연패 신기록을 작성했다. 결국 장시환은 3경기 만에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고 3개월 가까이 1군에서 자취를 감추며 '잊힌 투수'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1군으로 돌아온 장시환은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다가 25일 키움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길고도 지루했던 19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1038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사실 장시환은 이날도 3-6으로 뒤진 7회에 등판했지만 8회 한화 타선이 13득점을 폭발한 덕분에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시환의 연패탈출은 결코 운이 아니다. 19번의 패배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진 장시환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12년 전 심수창이 그랬던 것처럼 장시환도 이날 만큼은 얼마든지 눈시울을 붉혀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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