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회 연속 메달' 황선우, 한국수영 역사 썼다
[양형석 기자]
▲ 동메달 들어보이는 황선우 2023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황선우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메달 세리머니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 연합뉴스 |
'마린보이' 황선우가 한국수영 최초로 세계선수권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경기에서 1분 44초 42의 기록으로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부다패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웠던 1분 44초 47의 한국기록을 0.05초 단축한 새로운 한국 신기록을 세운 황선우는 한국 경영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세계선수권에서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황선우와 함께 결승에 출전해 7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이호준은 1분 46초 04로 6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 결승무대를 마쳤다. 2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영국의 매튜 리처즈는 1분 44초 30의 기록으로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고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톰 딘이 1분 44초 32로 2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에 2022년 이 종목 우승자인 루마니아의 '수영괴물' 다비드 포포비치는 1분 44초 90으로 4위를 기록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대표팀 동료 이호준과 함께 동반 결승진출
한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수영스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세계수영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선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3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던 '한국수영의 자존심' 박태환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약물스캔들에 휘말리며 전성기가 저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전 종목 예선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안고 말았다. 결국 박태환은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하면서 현재는 사실상 은퇴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박태환을 볼 수 없었던 2020도쿄올림픽에서 황선우라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200m 7위, 100m 5위를 기록하며 세계 수영계를 놀라게 한 황선우는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박태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마린보이'라는 별명을 물려 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선우의 2연속 세계선수권 메달도전은 허무하게 무산될 뻔했다. 24일 오전에 열렸던 예선 레이스에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황선우는 1분 46초 69의 기록으로 9명의 선수 중 5위에 머물렀다. 황선우는 모든 선수들의 레이스가 끝난 후 72명의 출전 선수 중 공동 13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막차를 탄 스위스의 안토니오 디야코비치(1분 46초 70)와의 기록 차이는 단 0.01초에 불과했다.
그렇게 예선에서 큰 '액땜'을 한 황선우는 밤에 열린 준결선 레이스를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1조 1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황선우는 스타트부터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1분 45초 07의 기록으로 A조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선에 진출한 16명 중에서도 포포비치(1분 44초 70), 미국의 루크 홉슨(1분 44초 87)에 이어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었다.
▲ 물살 가르는 황선우 황선우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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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선에서 1분 45초 93의 기록을 세우며 6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한 이호준과 함께 결선 무대에 나선 황선우는 3레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2번째로 빠른 반응속도를 보이며 출발한 황선우는 100m지점까지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속도를 내기 시작해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지난 대회 우승자 포포비치를 추월하며 3위를 기록했다. 황선우는 레이스를 마친 후 웃으며 금메달을 딴 리처즈를 축하하는 뛰어난 인성을 보이기도 했다.
황선우의 이번 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는 황선우가 한국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딴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2022년 부다패스트 대회 자유형 200m 은메달에 이어 올해 후쿠오카 대회에서도 같은 종목 동메달을 추가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조차도 2007년 멜버른 대회 금메달 이후 2009년 로마대회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했고 2011년 상하이대회 금메달 후에는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에 불참했다.
한국 남자수영은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와 이호준이 동반 결승진출에 성공하면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800m 계영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800m 계영에서는 200m에서 결승에 진출했던 황선우와 이호준을 필두로 400m에서 5위를 기록했던 김우민, 단거리 선수 양재훈이 출전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수영이 천재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종목이 아니라 여러 명의 선수가 골고루 성적을 내는 종목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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